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의 CEO인 샨타누 나라옌이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인공지능(AI) 시대 경쟁력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창작 소프트웨어 시장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경영진 교체가 단행되면서 향후 회사의 전략 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나라옌 CEO는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직을 유지한 뒤 물러날 예정이다. 다만 CEO에서 퇴임한 이후에도 이사회 의장직은 계속 맡는다. 그는 1998년 어도비에 합류한 뒤 2007년 말 CEO에 취임해 약 18년 동안 회사를 이끌어왔다.
시장에서는 이번 경영 교체가 전략적 연속성과 혁신 속도, 자본 배분 전략 등에 대한 새로운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의 그레이스 하먼 애널리스트는 “차기 경영진이 규율 있는 경영과 공격적인 AI 투자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투자자들의 핵심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투자 심리는 즉각적으로 흔들렸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뒤 어도비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7% 이상 하락했다. 어도비 주가는 올해 들어 약 23% 떨어지며 최근 3년 사이 최저 수준에 근접한 상태다.
어도비는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등 창작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지배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생성형 AI 기술이 확산되면서 기존 소프트웨어 중심의 창작 생태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구글 등 빅테크가 이미지·영상 생성 AI 모델을 잇따라 선보이며 경쟁 압력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응해 어도비는 창작·마케팅 소프트웨어 전반에 AI 기능을 통합하고 자체 이미지 생성 모델 ‘파이어플라이’를 출시하는 등 AI 전략을 강화해 왔다. 회사에 따르면 파이어플라이 등 AI 중심 제품의 연간 반복 매출(ARR)은 올해 회계연도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9월 기준 해당 제품군 매출은 2억5000만달러를 넘어섰다.
실적 자체는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어도비의 회계연도 1분기(2월 27일 종료) 매출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64억달러로 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62억8000만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조정 주당순이익(EPS)도 6.06달러로 시장 전망치 5.88달러를 상회했다.
사업 부문별로는 크리에이티브·마케팅 전문가용 구독 매출이 43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고, ‘애크로뱃’ 등을 포함한 비즈니스·소비자용 구독 매출은 17억8000만달러로 16% 증가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29억600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나라옌 CEO는 재임 기간 동안 어도비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소프트웨어를 일회성 판매 방식에서 구독 기반 모델로 전환하는 전략을 추진했고, 그 결과 회사 연간 매출은 약 6배 증가해 24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직원 수 역시 약 7000명에서 3만명 이상으로 늘었다.
사티아 나델리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X(옛 트위터)를 통해 “나라옌은 어도비에서 전설적인 성과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또 디자인 플랫폼 피그마의 딜런 필드 CEO 역시 “그는 어도비의 비전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리더”라고 밝혔다.
다만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크게 하락한 점이 경영진 교체 압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아누라그 라나 애널리스트는 “어도비의 재무 지표는 지난해 이후 큰 변화가 없지만 주가는 거의 40% 가까이 하락했다”며 “이 같은 주가 부진이 CEO 교체의 주요 배경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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