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별다른 취미가 없어요. 유일한 낙이 영화 보는 거죠. 작품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고 '저도 저 안에 들어가서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돼요."
배우 이나영이 3년 만에 안방극장 시청자를 만났다. 데뷔 이후 처음 '변호사' 역할을 맡아 새로운 결의 연기로 ENA 월화 드라마 '아너: 그녀들의 법정'('아너')흥행을 이끌었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이나영을 만났다. 전날 종영한 '아너' 관련 에피소드 외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너'는 거대한 스캔들이 되어 돌아온 과거에 정면 돌파로 맞서는 세 여성 변호사의 연대를 담은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이나영은 극 중 '윤라영' 역을 맡아 밀도 높은 감정 연기를 펼쳤다.
이날 이나영은 "주제가 무거운 심리 스릴러인데다 여성 세 명이 이끌어 나가는 작품이지 않나. 과연 시청자가 공감하며 잘 따라와 주실까 우려가 많았다"라며 "결과적으로 작품이 잘 만들어 졌고, 이입 해줘서 다행이다. 현장에서 좋았던 분위기와 작품을 향한 저희들의 진심이 잘 전달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나영은 "감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장난을 치다가도 갑자기 슬퍼지는 특이한 경험을 했다"라며 "촬영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게다가 '라영'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지 않나. 확 내지르지 못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아너'는 이나영, 이청아, 정은채 여성 3인방의 케미가 돋보이는 드라마다. 이나영은 "그동안 작품에서도 사석에서도 여성 배우들을 만날 일이 많지 않았다"라며 "나와 이청아, 정은채 모두 낯가림이 있다. 리딩 할 때부터 어색해 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저는 평소 장난을 잘 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자칫 타인에게는 오해를 살 수도 있지 않나. 그래서 항상 조심했다"라며 "가만히 있으면 가만히 있는다고 뭐라고 하더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가 많았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나영은 "감독님이 잘 이끌어 줬다. 세 명 배우 중 튀는 사람 하나 없고 성격이 다 비슷비슷했다"며 웃었다.
남편이자 배우 원빈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이나영은 남편 원빈과 '아너' 본방을 함께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면 어색할 때가 있지 않나. TV에 제가 나오는 걸 같이 못 보겠더라. 혹시라도 딴지 걸면 듣기 싫기도 해서 나중에 쿠팡플레이로 보라고 했다. 혼자 볼 때가 많았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이나영은 "저희 부부는 서로 놀리는 대화를 많이 한다"라며 "원빈 씨가 뒷이야기를 궁금해 하면서 '뭐지 뭐지?' 라며 계속 떠 봤다. 저는 끝까지 안 넘어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원빈은 영화 '아저씨' 이후 16년째 공백기를 갖고 있다. 이나영이 인터뷰에 나설 때마다 '원빈 복귀'에 대한 질문이 항상 나온다. 이에 대해 이나영은 늘 그랬듯 "원빈 씨도 연기 욕심이 많다.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나영 또한 한 작품을 마칠 때마다 공백이 긴 편이다. 2010년 KBS 드라마 '도망자 Plan.B'에 출연한 이후 9년 만에 tvN '로맨스는 별책부록'으로 안방에 컴백 했고, 이후 4년이 지난 2023년 웨이브 오리널 '박하경 여행기'로 다시 얼굴을 내비쳤다. '아너' 또한 3년 만 복귀 작이다.
이나영은 "작품을 선택할 때 본능에 맡긴다. 다음엔 어떤 작품을 해야겠다며 구체적인 계획도 세우지 않는다. 다만 시나리오가 중요하다. 예전에는 못했을 이야기지만 지금은 할 때가 됐다고 느낄 때가 있다. 타이밍이 맞아야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아너'를 하게 된 것도, 작품에 출연할 타이밍이 맞았다. 오래전부터 여성 서사에 관심이 많았다. 예전에는 단면적인 여성 캐릭터가 많았지만 지금은 결이 다양해 지지 않았나. 배우로서 도전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고 생각할 때 만난 작품이다"고 말했다.
영화 활동을 봐도 그의 소신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나영은 2012년 '하울링' 이후 6년 만에 '뷰티풀 데이즈'로 스크린에 컴백한 바 있다. 공백 기간 동안에는 비교적 대중적인 관심이 떨어지는 단편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최근 '신원미상' 출연 소식도 전했다.
이나영은 "단순하다. 시나리오가 좋으면 단편이든 장편이든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화 보는 것이 인생의 낙이다. 작품을 보면서 위안을 삼고 희열을 느낀다. 좋은 영화를 볼 때면 그 안에 들어가서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거대한 꿈을 갖기보다 그렇게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했다.
공백이 잦았던만큼 그에게는 늘 '신비주의'라는 단어가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다. 그 흔한 SNS를 통한 소통도 안 해서 더 그렇다.
이나영은 "사실 다른 배우들 인터뷰 기사나 SNS 등을 보면서 그들의 생활을 엿보는 걸 좋아한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이나영은 "저는 일상이 너무 단조롭다. 스스로 '뭐가 궁금할까?' 생각이 들 정도다. 무엇보다 인터뷰 등 어떤 자리에서 '왜 이렇게 말을 많이 한거야' 라며 이불킥 하는 순간이 많았다. 그래서 더 소극적으로 되지 않았나 싶다"며 웃었다.
이나영은 "그래도 저는 재미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작품을 할 때 메이킹 사진 같은 것들은 재미있지 않나. 그렇게라도 회사 SNS 등을 통해 보여 드리려고 한다"고 했다.
인터뷰 말미, 이나영은 '아너' 촬영 당시 뉴스 출연이나 기자회견 장면 등은 대사가 많고 발성도 평소와 다르게 해야 해서 입에 착착 붙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렇게 어려움이 있었지만, 전문직 인물을 처음 맡은 것은 제 배우 생활에 또 다른 가지를 친 것과 같다. 새로운 경험을 했고, 이제 앞으로도 그런 것들은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도 붙었다"며 웃었다.
'아너' 이후의 계획을 물었다. 이나영은 "내년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올해만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잘 살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g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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