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 감사실 "대리운전 습관이 음주운전 야기…대리운전 출입 점검"
"직원 휴대전화 앱까지 통제는 심해…군대서도 이렇게 안 한다" 비판
(성남=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경기도내 한 경찰서가 직원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습관을 버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내용 등이 포함된 감찰 계획을 내놔 논란이 일고 있다.
주취 상태에서 대리운전을 부르는 습관이 훗날 음주운전을 야기할 수 있다는 논리인데, 대리운전 애플리케이션(앱)을 삭제하라는 제안까지 계획서에 넣었다.
13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경기 분당경찰서 청문감사인권관실(감사실)은 지난 11일 '음주운전·숙취운전 근절 및 예방을 위한 경찰서 내 대리운전 출입 관련 특별 감찰활동 계획'을 수립했다.
인사 발령 후 잦은 회식으로 음주 비위가 우려된다며 서내 대리운전 출입과 주취상태 출입 실태를 점검하겠다는 내용이다.
감사실은 계획서에서 "서장님 지휘 철학인 양습창운(良習創運), 좋은 습관이 좋은 운명을 창조한다는 시각에서 주취 상태에서 대리운전으로 귀가하는 습관은 훗날 음주운전을 야기할 수 있어 결코 좋은 습관이 아니다"라며 "대중교통으로 귀가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인간의 의사결정은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이라며 "음주운전에 취약한 선택(대리운전 앱 삭제)과 근절에 도움을 주는 선택(택시 앱 설치, 버스 번호 외우기)을 고려해 선택 설계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감사실은 지난 12일 서장에게 이 같은 기안을 보고했으나, 서장은 "현실에 맞지 않는 계획"이라며 결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감사실은 서장의 결재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형사과·수사과 등 다른 과와 지구대·파출소에까지 계획을 미리 전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본 경찰관들은 "개인의 휴대전화 앱까지 통제하려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며 크게 반발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분당서의 감찰 계획을 담은 문서와 함께 "군대에서도 이렇게는 안 한다"는 비판의 글이 올라왔다.
댓글에는 "서장님 지휘철학. 북한이냐", "탈경(경찰 탈출) 마렵다. 이 조직에 있는 내가 바보다", "내근들은 앉아서 저런 거나 만들고 있느냐"는 등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분당서는 블라인드에 글을 올려 "내부 논의 과정에서 결재가 완료되지 않은 감찰 계획으로, 실제로 시행하지 않은 사안"이라며 "익명 커뮤니티 특성상 충분한 설명 없이 내용이 공유될 경우 오해가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분당서 감사실 관계자는 "봄철에 접어들어 사건·사고가 늘어날 것이 우려돼 예방 차원에서 감사실이 자체적으로 계획했던 것"이라며 "서장은 '직원 개개인에 맡겨야 할 일'이라며 반려했다"고 해명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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