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에도 추세라는 게 있다. 주식에서 재미를 보려면 단기 차익을 노리는 매도인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매도인지도 구분해야 하고, 이번 경우처럼 전쟁 국면에서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지만 통제 가능한 건지, 흐름 자체가 완전히 바뀐 건지도 구분할 줄 아는 식견이 있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기다릴 것인가, 상황에 긴밀하게 대응하면서 손절매 했다가 저가 매수에 다시 도전 여부를 정해야 하는가 등 무수한 변수가 있다. 외부적 요인, 개인의 심리와 감정 조절, 국내 상황, 경제의 펀더멘탈 등 주식을 위해 챙겨야 할 너무나 많은 함정과 기회가 도사리고 있다.
이와 가장 비슷하게 움직이는 게 정치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의 현재 상황은 주식시장과 대비하면 어떤 상태일까.
지금의 추세라면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면치 못하리라는 게 지배적 전망이다. 그렇다면 계엄이 내란이 아니라는 일관된 신념에서 벗어나야 선거를 해 볼 수 있는 최소한의 토양을 마련하는 것일 텐데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지도부는 요지부동이다.
부정선거 토론 이후에는 "선거 감시 TF를 구성하겠다"고 하면서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선거 시스템을 바꾸는 문제는 더 이상 늦출 수 없게 됐다"고도 했다. 부정선거 토론회에 참여했던 전한길 씨는 "우리는 이런 장 대표를 기다렸다"고 화답했다. 부정선거론에 아직도 기대고 전한길 씨 등의 극우 유튜브를 탐독하는 강성 그룹을 의식하는 발언으로 느껴진다. 사법 관련법에 대한 도보행진에도 '윤어게인' 세력이 주를 이뤘다.
주식으로 비유하자면 당장 전쟁으로 인한 급락 장세가 국제질서가 정상을 찾으면 원상을 복구하고 더욱 우상향하던 전례를 기다리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의 국민의힘이 직면한 정치상황은 한국경제와 같이 기본 펀더멘탈이 좋은데 전쟁이라는 천재지변 같은 외부 자극에 의해 출렁이는 것하고는 다르다.
기업의 능력과 실적, 향후 시장 전망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당장 외부의 충격으로 흔들린다면 현재 지지율이 낮아도 버티면서 기다리면 시간은 국민의힘 편이다. 마치 주식 시장에서 기본이 튼튼한 종목이 당장은 하락하지만 미래에 수익을 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지만 부정선거론에 기대고, '윤어게인'이라는 세력에 편승하는 상황, 이른바 '펀더멘탈'이 전무한 상황에서는 어떠한 유리한 외부 환경이 조성돼도 그 게임은 이길 수 없다. 이는 매도 세력이 주식을 시장에 내놓는 저가 주식이라도 이를 매수할 자금 여력이 없으면 소용없는 것과도 같다. 바로 지금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이라도 국민의힘 소장파는 물론이고, 중진들조차 태세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여 지도부가 불법 계엄에 대한 전향적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선거공학의 차원을 넘어서 정당의 존재 이유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9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복귀 반대'를 표방했지만 장동혁 대표에게서 계엄 옹호 세력에 대한 인적청산이나 징계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다. '결의'가 진정성을 담보하려면 계엄이 내란이 아니라고 주장했던 지도부와 강성 의원들에 대한 인적쇄신과 함께 실천적 행동이 따라야 한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혁명적 변화 없이 결의문 한 장으로 당이 변화했다고 볼 수 없다.
지방선거가 임박하고 당의 압박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떠밀리듯 결의문이 채택됐지만, 그동안 탄핵을 반대하고 윤석열과의 동행을 외친 자들과 절연하겠다는 말도 없다. 극우 유튜버에 대한 명시적 입장도 없다. 징계는 이럴 때 필요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전향적으로 중국과의 관계 변화도 시도하고 중국 방문 시 베이징 텐안문 망루에도 올랐다. 2012년 총선과 대선 때는 진보 아젠다인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면서 이슈를 선점하기도 했다. 취임 후 실현되지 않았지만 지금의 장동혁 체제가 배워야 할 대목이다.
'윤어게인'에 집착하고 부정선거론의 함정에서 못 빠져나오는 건 나름의 계산이 있을 것이다. 설령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참패를 당하더라도 한줌의 극우 세력과 동행한다면 당권을 놓치지 않을 수 있고, 당을 장악해 나갈 수 있다는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
믿는 건 대구·경북의 지역민심이겠지만 이미 대구의 민심도 예전 같지 않은 여론조사 수치도 있다(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정당지지도 28% 동률(2월 23-25일, 전국지표조사 NBS, 만18세 이상,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제1야당의 궤멸적 참패가 현실로 나타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보수를 대표할 수는 없다. 이재명 정부가 중도로 확장해 나가는 동안 더욱 스스로의 퇴로를 차단하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보수를 운위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한국정치는 언제나 제대로 진용이 갖춰진 정상정치로 복귀할 것인가. 이는 전적으로 국민의힘의 전향적 변화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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