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더봄] 잔설 뚫고 핀 복수초와 경제 선행지표···혹한 견디는 자생력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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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더봄] 잔설 뚫고 핀 복수초와 경제 선행지표···혹한 견디는 자생력의 미학

여성경제신문 2026-03-13 10:00:00 신고

봄이다. 지금 살짝 꽃샘추위가 목덜미를 물고 있지만 손으로만 비벼도 온기가 올라오니 추위는 견딜 만하다. 금세 차가움은 사라질 것이니 봄이 성큼 다가왔다. 봄이니까 길을 나섰다.

봄에는 반드시 봐줘야 할 것들이 있다. 잔설 속에 노란 얼굴을 빼꼼 내미는 복수초이다. 생태 관광을 즐기는 이들에게 복수초는 특별한 존재다. 일명 얼음새꽃이나 설연화로도 불리는 이 꽃은 겨우내 얼어붙은 땅을 뚫고 가장 먼저 고개를 내미는 봄의 전령사다. 복수초라고 복수를 생각하겠지만 복수는 복(福)과 장수(壽)를 뜻한다. 굳이 찬바람을 맞으며 산행을 자처하는 이유는 단 하나, 남들보다 먼저 봄의 시작을 확인하고 싶어서다. 황량한 무채색 숲에서 유일하게 컬러풀한 노란색을 발견했을 때의 쾌감은 마치 바닥권에서 진주 같은 종목을 찾아냈을 때의 기쁨과 맞먹는다.

낙엽 사이에서 노란 빛을 발하는 복수초와 하얀 꿩의바람꽃 . 시장의 무채색 한파 속에서 어렵게 찾아낸 진주 같은 선행지표를 상징한다 . /양진철 작가
낙엽 사이에서 노란 빛을 발하는 복수초와 하얀 꿩의바람꽃 . 시장의 무채색 한파 속에서 어렵게 찾아낸 진주 같은 선행지표를 상징한다 . /양진철 작가

요즈음 겨울 철새를 환송하고 꽃을 찾으러 다니는데 동행들이 전보다 자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을 발견했다. 사진을 찍으러 스마트폰을 여나 싶지만 물끄러미 길에 서서 스마트폰을 보는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그리고 부들부들 떤다. 왜 그런가 싶어 슬쩍 폰을 보니 꽃 사진이 아니다. 증권 앱의 주식 화면이다. 화면은 파란데 얼굴은 붉게 불타오르고 있다.

국장 지키는 동학개미와 복수초의 생명력

산자락에 아직 잔설이 남았는데 노란 얼굴을 내미는 복수초. 요즘 국내 주식 시장을 지키는 동학개미들의 모습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 현재 상황. 때아닌 전쟁이 뉴스에 생중계되고 코스피·코스닥·나스닥이 비명을 질러도 우리 개미들은 꿋꿋하다. 해외 시장이 요동쳐도 오히려 국내 시장을 지키는 기세가 마치 영하의 기온을 뚫고 올라오는 복수초의 생명력과 참 닮았다.

복수초는 생각보다 소박하다.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서는 세상을 빛내는 보석처럼 화려하지만 현실은 낙엽 사이에 낀 조그만 노란 점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그러고 보면 봄이란 게 늘 이런 식이었다. 간절히 기다리게 해놓고는 막상 만나면 "어! 왔니?" 하고 금세 다음 계절에게 자리를 넘겨준다. 복수초도 잠시 나타나고 다른 꽃들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그래도 이 작은 꽃이 사랑받는 이유는 복과 장수라는 이름의 뜻처럼 우리에게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이다.

경제의 복수초, 유가·주가·금리라는 선행지표

주식 이야기를 꺼낸 김에 더하자면 복수초를 바라보며 주목해야 할 개념이 바로 선행지표다. 선행지표란 말 그대로 실제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거나 꺾이기 전에 먼저 몸을 흔들어 신호를 주는 지표를 의미한다. 숲에서 복수초가 피었다는 건 지금 당장 따뜻하다는 뜻이 아니라 곧 따뜻해질 것이라는 강력한 예고다. 경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유가·주가·금리 같은 것들이 선행지표이다.

경제 지표들은 서로 남몰래 손을 잡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금값도 따라 오른다. 둘 다 불안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금값과 달러 가치는 보통 반대로 움직인다. 달러가 강해지면 금값은 주춤하고 달러가 약해지면 금이 빛난다. 그런데 전쟁이 터지면 이 공식이 깨진다. 달러도 오르고 금도 오른다. 세상이 그만큼 무섭다는 신호다.

환율은 이 모든 것의 종합 성적표다. 달러가 오르면 원화는 자동으로 약해지고 수입 물가는 덩달아 뛴다. 물가가 뛰면 금리가 오르고 금리가 오르면 주가는 내려앉는다. 미래 수익을 높은 이자율로 할인하면 기업 가치가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주식 대신 예금으로 발길을 돌린다. 돈이 시장에서 빠져나가니 경기는 식는다.

혹한 속에 시작된 계절의 전환과 시장의 선반영

고용은 이 모든 과정이 다 끝난 뒤에야 움직이는 마지막 주자다. 기업은 웬만하면 사람을 붙잡는다. 그러다 정말 버티지 못할 때 비로소 내보낸다. 그래서 실업률이 오르기 시작했다면 이미 경기는 한참 전에 꺾인 것이다. 복수초가 피었는데도 아직 겨울 코트를 못 벗는 상황과 같다.

복수초의 진짜 가치는 혹한을 견디는 자생력에 있다. 이 꽃은 눈 속에서도 먼저 피어날 조건을 읽는다. 복수초가 얼음을 뚫고 나오는 것은 날씨가 좋아서가 아니라 계절의 전환이 이미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시장도 비슷하다. 전쟁과 공포가 한복판을 뒤덮을 때조차 일부 자산은 이미 그 이후를 선반영하려 한다. 다만 그것은 확신의 신호가 아니라 회복 가능성을 먼저 탐지하려는 움직임에 가깝다.

거친 나무 줄기 틈새의 악조건을 뚫고 피어난 복수초의 강인한 모습 . 위기 속에서도 스스로 열을 내어 길을 만드는 경제의 자생력을 보여준다 . /양진철 작가
거친 나무 줄기 틈새의 악조건을 뚫고 피어난 복수초의 강인한 모습 . 위기 속에서도 스스로 열을 내어 길을 만드는 경제의 자생력을 보여준다 . /양진철 작가

 

물론 선행지표를 받아들이는 자세에도 요령이 필요하다. 복수초를 보고 ‘이제 반팔 입어도 되겠다’고 옷을 벗으면 감기 걸린다. 신호는 신호일 뿐, 현실의 온도가 올라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국장에서 동학개미들이 외국인과 기관에 맞서 선전하며 희망의 지표를 만들어가고 있지만, 내 계좌의 파란 불이 봄꽃처럼 화사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또는 바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봄은 짧고 경제는 길다. 복수초가 기대보다 작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 작은 노란색이 스스로 열을 내어 얼어붙은 대지를 뚫고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락장의 공포를 이겨낼 근거는 충분하다. 내 주식은 언제 복수초처럼 반등하나 싶겠지만 이미 신호는 켜졌다. 이제 우리는 그저 무릎을 굽히고 앉아 이 작은 꽃이 전하는 시작의 메시지를 즐기면 된다.
비록 복수초가 금방 지고 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가더라도 서운해하지 말자. 원래 선행지표라는 게 그렇다. 방향만 보여주고 슬쩍 사라진다. 그 선행지표를 눈치 채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복수초는 고수들이 노리는 타이밍의 미학을 알려준다. 

사람들은 복수초를 보려 강원도 얼음 계곡을 샅샅이 뒤진다. 남들보다 먼저 이 귀한 선행지표를 발견하고 싶어 하는 욕심 때문이다. 그런데 간혹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들이 있다. 본인이 사진을 찍고 나면 남들은 못 보게 꽃을 뭉개거나 낙엽으로 덮어버리는 행태다 . 나만 이 신호를 가졌다는 우월감을 위해 귀한 생명을 훼손하는 것이다. 과거 주식 시장에서도 선행지표를 독점하거나 정보를 왜곡해 타인의 눈을 가리려던 세력들이 있었다. 생태계든 시장이든 독점과 은폐는 결국 공멸로 가는 길이다. 그러지 말자.

바다를 배경으로 경계 로프 너머에 피어난 복수초 군락 . 정보의 독점과 생태계 훼손에 경종을 울리는 자연의 엄중한 메시지다 . /양진철 작가
바다를 배경으로 경계 로프 너머에 피어난 복수초 군락 . 정보의 독점과 생태계 훼손에 경종을 울리는 자연의 엄중한 메시지다 . /양진철 작가

혹시 이 글을 읽고 복수초 구경에 도전하려는데 산비탈을 타며 무릎을 축낼 용기가 없는 분들께 팁을 하나 드린다. 투자도 가성비가 중요하듯 꽃구경도 가성비다. 주말에 서울 홍릉수목원을 가보라. 그곳엔 복수초만 모아놓은 전용 화단이 아주 친절하게 마련되어 있다. 굳이 험한 산길을 헤매지 않아도 봄의 선행지표는 그곳에서 노랗게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복수초(福壽草)=복(福)과 장수(壽)를 상징하는 꽃으로, 이른 봄 잔설 속에서 가장 먼저 피어나 '봄의 전령사'라 불린다. 스스로 열을 내어 눈을 녹이고 피어나는 강인한 생명력이 특징이다.

여성경제신문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sungzu@naver.com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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