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한국형 구축함(KDDX) 사업이 사업자 선정을 앞두면서 조선업계와 방산업계의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약 7조 원대 규모로 알려진 이 사업은 단순한 군함 건조 프로젝트가 아니라 한국 해군의 차세대 전력 구조를 좌우할 핵심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그동안 KDDX 논의는 주로 '누가 기본 설계를 수행했는가'라는 기술적 출발점에 머물러 있었다. 이제 사업 심사가 임박한 상황에서 보다 본질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KDDX의 승부는 과연 설계 경험에서 결정되는 것일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KDDX를 단순한 조선 프로젝트로 보는 시각 자체가 시대에 뒤처진 접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 해군 전력에서 구축함은 더 이상 단순한 '함정'이 아니라 수많은 무기체계와 센서, 정보 네트워크가 결합된 거대한 전투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선체를 설계하고 건조하는 능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실제 전투력을 결정하는 것은 함정에 탑재되는 레이더와 미사일, 전투관리체계, 데이터 네트워크를 얼마나 정교하게 통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실제 세계 주요 해군의 구축함 개발 흐름을 보면 이러한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미국과 일본, 유럽 국가들이 추진하는 차세대 구축함 프로젝트 역시 설계 경쟁이 아니라 '전투체계 통합 경쟁'에 가깝다. 함정 자체보다 센서와 무기, 정보 체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능력이 전력의 핵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구축함은 더 이상 단순한 해상 전투함이 아니라 해상·공중·미사일 방어를 동시에 수행하는 복합 전투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KDDX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추진되는 사업이다. KDDX에는 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 국산 전투관리체계, 다양한 함대공 · 함대지 미사일, 대잠전 장비 등이 통합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들 시스템이 개별적으로 성능이 뛰어나다고 해서 곧바로 전투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레이더가 탐지한 정보를 전투체계가 처리하고, 그 결과를 무장 체계가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일련의 과정이 완벽하게 연결될 때 비로소 함정은 하나의 전투 플랫폼으로 작동한다.
이 때문에 KDDX 사업의 핵심은 결국 '통합 능력'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다양한 장비와 시스템을 하나의 전투 플랫폼으로 묶어내는 능력이 구축함 전력의 실질적인 경쟁력을 결정한다. 해군 전력 전문가들은 "선체는 구축함의 틀에 불과하지만 전투체계는 구축함의 두뇌와 신경망"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즉 선체 건조 능력보다 시스템 통합 역량이 전투력의 핵심이라는 의미다.
특히 미래 해전 환경에서는 이러한 통합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 해전은 개별 함정의 전투가 아니라 네트워크 중심 작전으로 변화하고 있다. 구축함은 단독으로 싸우는 플랫폼이 아니라 다른 함정, 잠수함, 항공기, 심지어 위성까지 연결된 정보망 속에서 작전을 수행한다. 따라서 구축함이 얼마나 강력한 센서와 전투체계를 갖추고 이를 네트워크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전력의 핵심이 된다.
이러한 변화는 KDDX 사업의 평가 기준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단순히 설계 경험이나 조선 기술만으로 사업의 방향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KDDX가 향후 수십 년간 한국 해군의 핵심 전력으로 운용될 것을 고려하면, 사업자 선정에서도 전투체계 통합 능력과 방산 생태계의 협력 구조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중요한 변수는 방산 산업 구조다. 구축함 개발은 더 이상 한 기업이 단독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레이더, 미사일, 전투관리체계,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참여하는 복합 산업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결국 얼마나 강력한 방산 협력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느냐도 사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된다.
방산업계에서는 KDDX 사업이 단순한 구축함 건조 경쟁을 넘어 한국 해군 전력 체계의 미래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한국형 해군 전투체계의 방향이 정해지고 향후 해군 함정 개발의 기준도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KDDX 사업의 본질은 조선 경쟁이 아니라 '전투 플랫폼 경쟁'이다. 설계 경험이 사업의 출발점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최종 경쟁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현대 해군 전력에서 구축함의 진정한 가치는 선체가 아니라 그 안에 구축된 전투체계와 네트워크에 있기 때문이다.
사업자 선정이 임박한 지금, KDDX 논의의 초점도 자연스럽게 이동하고 있다. '누가 설계를 했는가'라는 과거의 질문에서 '누가 더 강력한 전투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가'라는 미래의 질문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 답은 결국 전투체계를 얼마나 정교하게 통합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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