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아너'서 행동파 변호사 연기…"사고뭉치 역할이지만 투명한 매력"
"상대 배우 복 많아…이나영은 속 좋은 삼촌, 정은채는 사랑스러운 막내"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사실 이번엔 세련된 부자 이미지가 아닌 역할을 맡아보고 싶었어요. 이렇게 솔직하고, 사고를 많이 치고 다니는 역할을 전에는 한 적이 없었죠."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청아는 ENA 드라마 '아너'에서 맡은 변호사 황현진 역할로 일종의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동명 스웨덴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아너'는 20년 지기 친구인 세 명의 여성 변호사가 자신들의 과거와 연결된 거대한 스캔들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극 중 이청아는 욱하는 성미를 가졌지만, 속 깊은 행동파 변호사 황현진 역을 맡았다. 세 변호사 중 가장 즉흥적인 성향을 보이는 황현진은 작품 속에서 쉴 새 없이 사고를 치고, 다시 수습하며 '사건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
이청아는 "극 중 현진이는 매번 혼나고, 울고, 떤다. 사실 연기를 하면서 농담처럼 '현진이는 쉽게 가는 법이 없네'라는 생각도 했다"며 "극 후반부에 현진이가 아이까지 유산했을 땐, 감독님께 '현진이가 일상생활이 가능할까요?'라고 묻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청아는 황현진을 보며 '늑대의 유혹', '꽃미남 라면가게' 등 자신이 20대 시절 연기했던 캐릭터들을 다시 떠올렸다고 했다.
"전에 '꽃미남 라면가게'라는 작품에서 제가 맡은 역할이 굉장히 솔직하고 화가 많은 편이었는데, 작품을 끝낸 뒤 실제 제 모습도 많이 솔직해진 것 같아 행복했어요. '아너'의 황현진은 제가 20대 때 주로 연기했던 성격의 인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청아는 황현진 캐릭터의 솔직하고 투명한 성격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꼽았다.
그는 "현진이는 이성적 사고보다 행동이 먼저 나가는 스타일이라 시청자분들이 답답했을 수는 있다"면서도 "그래도 비겁하지 않고, 자신이 저지른 일은 꼭 책임지는 인물이라 생각한다. 사고를 쳐도 꼭 스스로 수습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배우로서 연차가 쌓일수록 스스로에 대한 검열이 많아졌다는 그는 솔직한 현진을 보며 새로운 깨달음도 얻었다고 털어놨다.
"저는 제가 하는 행동이나 말이 혹여 누군가한테 상처를 줄까 봐, 경솔해질까 봐 더 조심하게 되는데, 오히려 현진이 같은 사람에게서 느끼는 안도감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했어요. 워낙 투명하니까 보는 사람이 두 번 걱정할 일이 없더라고요. 현진이 같은 친구가 있으면 정말 든든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이번 작품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이나영, 이청아, 정은채 세 여성 배우가 만들어낸 깊은 '워맨스'(Womance. 여자들 사이의 진한 우정과 연대)였다.
흔히 여성 배우들이 많은 드라마 현장에서는 여배우들끼리 기 싸움을 벌인다는 편견도 있지만, 그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청아는 "여배우 간의 기 싸움이라는 건 전혀 모르겠다. 연기로 최고의 기량을 뽐내려 맞붙는 경우는 늘 있지만, 서로 최선을 다할 때 오히려 깊은 고마움을 느낀다"며 "남녀를 불문하고 저는 참 상대 배우 복이 많은 편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 배우는 성격유형검사(MBTI) 중 극강의 'I'(내향형)라는 공통점을 가졌음에도 촬영 내내 깊은 유대감을 형성했다고 한다.
이청아는 "누구 하나 애쓰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사이였다"며 "이나영 언니는 도회적인 외모와 달리 '속 좋은 삼촌' 같았고, 은채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막내였다"며 끈끈한 팀워크를 과시했다.
남편 구선규 역의 최영준에 대해서도 "현진이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현진을 끝까지 믿어준 선규라는 캐릭터가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공을 돌렸다.
끝으로 '아너'가 남긴 의미를 묻자 그는 한층 성숙해진 답변을 내놓았다.
"과거에는 두려움이 닥치면 늘 혼자 극복하려 했지만, 이번 현장에서는 동료들의 도움을 참 많이 받았어요. 나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것이 결코 약해지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더 강해지는 길이라는 걸 배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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