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대미·대이스라엘 압박 수단으로 공식화하면서 국제유가가 3년 7개월 만에 배럴당 100달러 선 위에서 마감했다. 중동 전쟁 장기화와 걸프 해역 선박 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석유 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이라고 경고했다.
12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00.4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장보다 9.2% 급등한 수준으로, 종가 기준 100달러를 넘긴 것은 2022년 8월 이후 처음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95.73달러로 9.7% 뛰었다.
유가 급등의 직접적인 촉매는 이란 새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초강경 발언이다. 그는 국영 TV를 통한 첫 공식 성명에서 “적(미국·이스라엘)을 압박하는 수단으로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지렛대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적이 경험하지 못했고 취약한 ‘제2의 전선’을 형성하는 것에 대한 검토가 끝났다”며 방어 위주의 태세를 공격적으로 전환하고 전선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전략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이 노골적으로 ‘지렛대’로 규정하면서, 봉쇄와 긴장 국면이 단기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 같은 전망이 공급 차질 공포를 자극하며 유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는 민간 선박을 겨냥한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경고를 무시하고 항해했다며 이스라엘, 태국, 일본 선적의 선박 4척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전쟁 발발 이후 이 해역에서 피격된 선박은 최소 16척으로 늘었다.
이라크 남부 바스라 항구에서도 전날 밤 미확인 공격으로 유조선 2척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걸프 전역에 걸쳐 원유 수송로가 동시에 위협받는 양상이다.
미국도 해상 안전 확보를 위해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이달 말에는 이란이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미 해군이 호위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로서는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호위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덧붙여, 실질적인 호위 작전 전개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IEA는 이날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 중동 전쟁이 글로벌 석유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로 규정했다. 보고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석유제품 수송량이 전쟁 전 하루 약 2천만 배럴 수준에서 현재는 “극소량”으로 줄었다고 평가했다.
IEA 32개 회원국은 전날 전략 비축유 4억 배럴 방출에 합의했지만,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해상 운송 자체가 막히거나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비축유 방출만으로 물류 차질과 위험 프리미엄을 상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란의 봉쇄 의지와 호르무즈 해협 인근 공격이 계속될 경우 브렌트유 100달러대 안착은 물론 추가 상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정학적 긴장이 에너지 가격을 자극하는 악순환이 강화되면서, 각국의 물가와 통화정책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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