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2일 본회의를 열고 대미 투자 추진 체계 마련을 위한 특별법과 가습기살균제 피해 국가배상 근거 법안 등을 포함해 총 55건의 법안을 처리했다.
이번 본회의에서는 ▲한미 관세협상의 후속 조치인 '대미투자특별법(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 전략적투자의 운영 및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사회적 참사로 규정하고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담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전부개정안(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정보통신서비스 기업의 보안 관리 책임을 강화하고 반복적인 침해사고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안' ▲73년 만의 노동행정 체계 변화를 예고한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안' 등이 법안 55개가 통과됐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검찰 조작기소 국정조사' 요구서 보고를 했다. 국민의힘 대구경북 의원 등 TK에서 전력 하고 있는 '대구경북행정통합특별법'은 상정되지 못했ㄷ.
대미 전략투자 법제화…3500억달러 한미 투자협력 이행 기반 마련..李 "국회의 대승적 결단에 감사"
'대미투자특별법'은 여야 합의로 재석의원 242명 중 찬성 226명, 반대 8명, 기권 8명으로 가결했다.
본회의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 중 국회부의장인 이학영 의원이 기권을 하고, 이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고, 국민의힘은 기권한 고동진 의원을 제외한 의원들이 찬성했다.
조국혁신당 의원 일부와 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의원들은 반대·기권했다.
이날 통과된 '대미투자특별법'은 지난 2025년 11월 체결된 3500억 달러의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를 이행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내용이다.
양국은 당시 국가 전략 산업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으며, 한국 정부는 첨단 산업 등에 2000억 달러를 투자하고 국내 기업 중심으로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 협력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법안은 전략적 투자 대상을 조선·반도체·의약품·핵심광물·에너지·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등 국가 안보와 경제적 이익에 중요한 산업 분야로 한정했다.
특히 '상업적 합리성'을 투자의 핵심 원칙으로 삼되, 불가피한 사유로 이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국회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여 재정 운용의 투명성을 높였다.
의사결정은 산업통상부 장관이 위원장인 사업관리위원회와 재정경제부 장관이 위원장인 운영위원회의 중층적 구조로 운영된다.
또 정부 출자로 2조 원 규모의 '한미전략투자공사'를 신설하고 '한미전략투자기금'을 설치하여 대미 투자 및 조선협력 투자에 대한 실질적인 대출·보증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익 차원의 대응을 위해서 여야가 뜻을 모은 것에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국가의 미래와 경제 안정을 위해서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법 통과 후 이재명 대통령은 엑스(X)를 통해 "우리 경제와 안보를 위해 대승적 결단을 내려주신 국회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전했다.
이어 "특별법 통과로 한·미 관세합의 이행을 위한 제도적·법적 기반이 마련됐다"며 "앞으로 양국은 조선·에너지를 비롯한 전략적 산업 분야에서 더욱 긴밀하고 강력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입법 지연을 문제 삼아 한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특별법 통과로 추가 관세 인상 조치가 철회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습기살균제 '사회적 참사' 규정, 피해구제법 개정안 15년만 여야 합의 통과
눈물의 국회 본회의장, 禹 "국가가 너무 늦어 죄송"
2011년 가습기살균제와 폐질환의 인과관계가 인정된 지 15년 만에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법안도 여야 합의로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2017년 2월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이 제정돼 같은 해 8월 시행된 뒤 일부개정 되었지만 전부개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4년 6월 대법원이 처음으로 국가 책임을 인정하면서 국가 배상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개정안이 추진되었다. 정부는 작년 12월 24일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 지원 대책을 발표했고 같은 날 대책을 반영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국가적 차원의 '사회적 참사'로 규정하고, 기존의 사업자 중심 책임 체계를 '국가와 사업자의 공동책임' 체계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개정으로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원회'가 신설되어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지원을 심의·의결하게 됐다. 또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자금'을 설치·운영하며, 이 재원은 사업자의 분담금과 정부 출연금으로 조성된다.
피해자는 법 시행 후 6개월 이내 손해배상을 신청할 수 있으며, 위원회의 지급 결정에 동의할 경우 법원에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간주된다. 아울러 민법상의 일반적인 소멸시효 특례를 두어 피해자 권리 보호를 확대했다.
피해자가 학생일 경우 중·고교 인접 학교에 우선 배정되며 대학 교육비를 지원받고, 직장인의 경우 연 12일 치료 휴가를 보장하는 등 피해자 지원 대책도 강화된다.
이번 개정안은 환경노동위원장 안호영 환경노동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완주군진안군무주군)이 대표발의한 것으로, 안 위원장은 이날 제안설명에서 "오늘 우리가 이 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잘못을 정리하는 일이 아니라, 어떤 순간에도 국가는 피해자를 혼자 두지 않는다는 믿음을 복원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본회의 방청석에는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함께 자리했다. 안호영 위원장의 제안 설명 도중 방청석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이어지기도 했다.
안호영 의원실에 따르면 2026 년 1월 기준 정부가 공식 인정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5,971 명이고, 이 가운데 1,396 명이 사망했다.
법안이 통과되자 2016년 사고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장이었던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정조사 위원장으로서 함께했던 저로서도 정말 뜻깊다"며 "참사 시작 후에 원인이 밝혀지는데 오래 시간이 걸렸고, 국가 책임이 확립되는데도 오래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참담했던 것은 '내가 부지런히 가습기를 깨끗이 한다고 살균제를 넣어서 내 아이를 내가 죽였다' 이렇게 괴로워하던 부모들을 만날 때 정말 힘들었다"며 방청석에 온 피해자 유가족을 향해 "국가가 너무 늦어서 정말,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침해사고 대응·이용자 보호 강화
정보통신서비스 기업의 보안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함께 처리됐다. 개정안은 침해사고 대응 관련 제재 수단을 강화해 이행강제금을 도입하고 반복적인 침해사고가 발생시 사업자(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사업자의 자발적 신고에 의존하던 조사 체계를 개선하여, 정보보호 분야별 전문 인력 및 예산 확보 의무를 명시했다.
중기업을 제외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임원을 정보보호 최고책임자로 지정하고, 정보보호 현황과 예산 편성 등 주요 사항을 이사회에 정기 보고해야 하고, 침해사고 발생 시 제공자는 그 사실을 지체없이 이용자에게 통지하도록 했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에 '침해사고조사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사고 발생 시 신속하고 독립적인 조사가 가능해졌다. 또 불법 스팸 규제 강화를 위해 광고성 정보 전송 위반에 대한 과징금 부과 규정도 마련했다.
이번 개정안은 최근 이동통신사와 금융회사 등에서 발생한 대규모 침해사고를 계기로 추진됐다. 지난해만 해도 4월 SK텔레콤(SKT) 유심 정보 유출 사건과 11월 쿠팡 개인정보 유출 등 개인정보 침해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특히 쿠팡의 경우 약 3370만 명의 계정의 개인정보가 무단 유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유출된 정보에는 고객 이름과 이메일 주소, 배송지 주소록, 일부 주문 정보 등이 포함됐다.
당시 이용자 불안이 확산되자 기업 대응과 제재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도 커졌다. 정부의 조사 권한 확대와 과징금 부과의 적정성, 집단소송 필요성이 동시에 제기됐고 대형 정보보호 침해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사업자 신고가 없으면 정부가 조사에 착수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지적돼 왔다.
'근로감독관' → '노동감독관'…73년 만에 감독체계 법적 기반 마련
노동감독 체계를 정비하는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안'도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은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73년간 사용돼 온 '근로감독관' 명칭을 '노동감독관'으로 변경하고, 노동감독관의 직무와 권한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노동감독관은 고용노동부 소속 '중앙노동감독관'과 지방자치단체 소속 '지방노동감독관'으로 구분된다. 지방노동감독관은 소규모 사업장 등에 대한 노동감독 업무를 담당하며, 일부 사업장 감독 권한은 광역시·도지사에게 위임된다. 이에 따라 상시근로자 30명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도 노동감독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지난달 23일 '매일노동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5일 비공개로 열린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노동감독관법이 향후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과 관련해 "그런 것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내 노동감독 인력의 감독 실적이 주요국에 비해 낮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2025년 10월 1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전국 근로감독관 1인당 연간 사업장 감독 횟수는 2023년 기준 13.9회로, 국제노동기구(ILO) 통계 대상 94개국 중 81위에 그쳤다. 반면 스페인(105.9회), 독일(104회), 호주(94회), 프랑스(67회), 일본(55.2회), 미국(28회) 등 주요국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신고 사건 처리 중심의 업무 구조로 현장 감독으로 투입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 법 제정으로 지방자치단체도 노동감독에 참여하게 되면서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현장 중심 감독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 삼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근로 감독관 3500명 증원과 일터 지킴이 신설 등을 통해 안전한 작업환경이 정착되도록 하겠다"며 "안전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성장을 국정의 핵심 원칙으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0일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데 이어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까지 통과되면서 노동권 보호와 노동감독 체계 정비라는 두 축의 입법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노동권 보호를 위한 입법과 현장 감독 체계 정비가 동시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노동 존중 사회'의 기조를 뒷받침할 제도적 토대가 갖춰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檢조작기소 국정조사 요구서 보고…'공소취소 거래설' 논란 여전
이날 본회의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141명 명의로 전날(11일) 제출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도 보고됐다.
국정조사 대상에는 △이 대통령이 기소된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사건과 대북송금 사건을 비롯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 수수 사건 등이 포함됐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부동산 통계 조작 사건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보도와 관련한 윤석열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등 총 7개 사건이 조사 대상으로 명시됐다.
국회는 향후 국정조사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국회의장이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조사할 상임위원회를 확정하면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조사를 통해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날 경우 관련 사건의 공소 취소까지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거래설'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야 충돌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거래설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대통령 탄핵 사유"라며 "즉각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수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와 보완수사권 유지는 충분히 거래가 가능한 대상으로 인식될 수 있다"며 "다른 사건은 다 제쳐놓더라도 이 사안만큼은 특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특검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모두발언을 통해 "공소취소는 타협의 대상도 거래 대상도 아니다"고 잘라말했다. 한 원내대표는 "근거 없는 음모론이 기정사실처럼 퍼지고 거짓이 공론화되어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통해 조작 기소의 진상과 검찰의 파렴치한 실체를 명명백백히 밝혀내겠다. 조작된 공소도 취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TK 행정통합 특별법 상정 불발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대구·경북(TK) 행정통합 특별법 상정이 불발됐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에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가졌지만 통합법 처리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TK 통합법을 우선 처리한 뒤 나머지 통합 대상 지역을 논의할 국회 행정개편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TK와 대전·충남 통합법을 묶어 일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대로 행정통합이 무산될 경우 대구와 경북은 기존 체계대로 시장과 도지사를 각각 선출하게 된다. 이 경우 정부가 통합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4년간 20조 원 규모의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또 공공기관 2차 이전에서도 통합 지자체를 우선 배정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제시된 만큼, 상대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월 초까지 통합법이 통과될 경우 통합 단체장 선출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어, 통합 추진의 여지는 남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폴리뉴스 김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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