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9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 가동…휘발유·경유 공급가 상한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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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9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 가동…휘발유·경유 공급가 상한 설정

뉴스로드 2026-03-13 06:2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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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소 향하는 유조차/연합뉴스
저유소 향하는 유조차/연합뉴스

[뉴스로드] 정부가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치솟은 국내 기름값을 잡기 위해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처음으로 석유 최고가격제를 13일 0시부터 전격 시행한다. 정유사가 주유소 등에 공급하는 가격에 상한선을 두고, 국제 시세는 반영하되 2주 평균을 적용해 급등·급락을 완화하는 방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2일 발표한 ‘석유제품 가격 안정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정유 4사의 평균 공급가격인 휘발유 리터(L)당 1천833원, 경유 1천930원, 등유 1천730원보다 낮은 수준에서 최고 공급가격을 정할 계획이다. 대상 품목은 보통휘발유, 경유, 등유이며, 소비층이 제한적인 고급휘발유는 제외된다.

정부가 시장 가격 통제에 나선 직접적인 배경은 중동 정세 불안으로 급등한 국제 유가가 통상 2주 정도 걸리던 시차 없이 국내 가격에 즉각 반영되며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전날인 지난달 27일 이후 이날 오전 7시 30분 기준 휘발유 가격은 L당 200원, 경유는 300원 이상 뛰었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3월 초 들어 국내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튀었다”며 “국제 가격이 급등할 때 국내 가격에 너무 빠르게 반영되는 부분을 완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격을 단순히 억누르는 정책이 아니라 정부가 개입해 가격 변동성을 줄이고 소비자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장치”라고 강조했다.

최고가격은 ‘기준가격 × 변동률 + 제세금’이라는 산식으로 산출된다. 기준가격은 전쟁 전 평시 수준이었던 2월 마지막 주 정유사 세전 공급가격으로 정했다. 여기에 아시아 시장 벤치마크인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의 최근 2주간 등락률 평균을 반영해 변동률을 구하고, 교통·에너지·환경세와 부가가치세 등 제세금을 더해 최종 상한선을 도출한다. 이렇게 정해진 최고가격은 국제 유가 흐름을 반영해 2주 단위로 재계산·재설정된다.

정부는 전국 주유소의 판매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대신 정유사 공급가격을 관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역별 여건과 경영 전략에 따라 판매가격이 크게 갈리는 현실을 고려한 조치다. 대신 카드 결제 데이터 등을 활용해 전국 1만3천여 개 주유소의 판매가격을 하루에도 여러 차례 실시간 분석하고, 특정 주유소의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튈 경우 집중 점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시민단체와 함께 한국석유공사 ‘오피넷’과 내비게이션 앱을 통한 가격 공개를 강화하고, 저렴하고 품질이 검증된 ‘착한 주유소’ 공표 제도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최고가격 지정으로 정유사나 주유소가 물량을 줄이는 ‘공급 절벽’을 막기 위해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병행한다. 재정경제부는 13일부터 5월 12일까지 두 달간 ‘석유제품 매점매석 행위 금지 고시’를 시행하고, 필요시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휘발유·경유·등유를 대상으로 석유정제업자와 석유판매업자 모두에 적용된다.

고시에 따르면 석유정제업자는 휘발유·경유·등유의 월간 반출량을 전년 같은 기간의 90% 이상 유지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석유판매업자에게 판매를 기피하거나 특정 업체에만 과다 공급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최고가격 인상을 예상해 출하를 미루거나 재고를 과도하게 쌓아두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주유소 등 석유판매업자도 폭리를 목적으로 석유류를 과다하게 구입·보유하거나 소비자 판매를 기피할 수 없다.

산업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매점매석행위 신고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위반 시 물가안정법에 따른 시정명령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에는 유류세 추가 인하 카드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국제유가 흐름과 시장 상황을 보며 필요시 추가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는 “단기 대책으로 최고가격을 기한을 정해 운영하고, 운영 이후 가격 변동을 봐야 할 것 같다”며 “이후 국제유가가 감내하기 힘들 정도로 오르면 유류세 인하 카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보조금 등 직접 지원 방안도 강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가격 통제로 인한 정유사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사후 정산 체계도 마련된다. 최고가격 지정으로 정유사가 손실을 본 경우 회계·법률·학계 등 석유 전문가들로 구성된 ‘최고액 정산위원회’를 통해 분기별로 손실액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각 정유사가 산정한 손실액은 회계법인의 검증을 거쳐 정산위원회가 최종 확정한다. 반대로 국제 유가가 하락하는 구간에는 최고가격 덕분에 정유사가 이익을 볼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수익과 손실을 모두 반영해 정밀하게 사후 정산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인위적인 가격 통제라기보다 시장 안정 장치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양 실장은 “요즘은 국제유가 변동폭이 너무 커서 소비자들이 내일 가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주 목적”이라고 말했다. 제도 해제 시점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과 국제 유가 추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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