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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나경 최정훈 기자] “석유화학은 안그래도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상황인데, 중동 사태로 더 악화될까 걱정이다.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국내 석유화학·항공 기업들에 악영향이 예상되는 가운데 은행들이 기업대출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대출 건전성 동향을 내부적으로 점검하고 전쟁 영향도가 큰 기업들은 목록을 추려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말 기준 석유화학·해운·항공업종 기업 대출잔액은 29조 897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예금취급기관까지 범위를 넓혀보면 해운 및 항공업, 물류업을 포괄하는 운수·창고업 대출잔액은 46조 2068억원, 석유·화학 제조기업 대출잔액은 67조 3865억원으로 총 113조 5933억원에 달한다.
석유화학·운송업은 중동지역 긴장으로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는 대표 업종이다. 중동산 수입 원유가 전체의 70%에 달하는 가운데 석유화학 업종 원재료 가격 상승, 항공 유류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NICE신용평가가 지난 4일 낸 ‘미국-이란 전쟁이 주요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화학·항공·철강·자동차·가전 업종은 원가가 상승하는 만큼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수요가 위축돼 수익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NICE신용평가는 “중동 지역 정유·석유화학 설비가 직접적인 물리적 타격을 받는지 여부가 1차적 핵심 변수”라며 “주요 생산설비가 장기간 가동 중단될 경우 복구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이는 단순 가격 변동을 넘어 글로벌 수급 밸런스에 구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4대 은행에서는 특히 석유화학 업종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석유화학은 안 그래도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라 주시하고 있었다”며 “워낙 업종이 안 좋았는데 더 나빠져서 문제다. 운송업도 어떤 영향을 받을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임원은 “며칠 전에도 석유화학 기업을 만났는데 상황이 어렵다”며 “업종 구조조정을 하는 대가로 은행들이 자금 지원은 계속하기로 한 상황이라, 그런 기조를 바꿀 수는 없다. 산업은행과 은행들이 일정 부분 돈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더 어려워질까 난감하다”고 했다.
은행권은 항공, 해운업과 정유업에 대해서는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기조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항공사는 워낙 업황 변동이 심했다. 유가, 환율이 오르면 항공사가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항공사들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도 살아남은 체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유업의 경우 가격 상한제와 횡재세 등 정부의 규제로 인해 수익성이 제한돼 이런 부분까지 포함해 살펴보고 있다.
이에 은행들은 유가 민감업종, 중동 수출 고영향 업종을 추려 영향도를 분석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필요시 업종별 여신 가이드라인을 수정하고 중점관리업종 재선정 등 안정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은행 내 업종 위기관리대책에 따라 일부 업종은 위기 단계를 상향 조치하고, 고영향 업종을 중심으로 여신 포트폴리오와 기업 신용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달 마무리되는 각 기업 결산·재무제표 등 정량지표에 중동사태 영향도를 정성지표로 추가해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도 각 업권에 중동사태 긴장에 따른 리스크 관리 강화를 당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 11일 신용평가사 및 은행 외환담당 부문과 각각 간담회를 갖고 영향도를 점검했다. 이날에는 박지선 보험담당 부원장 주재로 주요 14개 보험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불러 긴급 간담회를 열고 유가증권 수익 악화, 해외 사모대출·부동산 경기 악화에 대비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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