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피겔 "산체스 번호 바꿨다는데 다른 정상들은 통화"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온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의 연락을 수 차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페인과 영국을 헐뜯는 데도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아 유럽에 굴욕을 안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독일 매체 슈피겔은 메르츠 총리가 이달 3일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산체스 총리에게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보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메르츠 총리는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회 선거를 이틀 앞둔 6일에도 유세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연락을 시도했지만 헛수고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메르츠 총리를 옆에 두고 스페인이 방위비 증액에 동참하지 않고 이란 공습에 스페인 군사기지 사용을 허락하지 않은 점을 비판하며 "스페인은 끔찍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기지 사용 문제로 갈등을 빚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에 대해서도 "우리가 상대하는 것은 윈스턴 처칠이 아니다"라는 등 불만을 터뜨렸다.
메르츠 총리는 스페인과 무역관계를 끊겠다고 위협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았다. 그는 굴욕적이라는 비판에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데 미국 대통령과 논쟁을 시작하지는 않는다"며 대꾸했다면 상황이 더 악화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귄터 자우터 총리실 외교안보보좌관도 스페인 측에 백악관 회담 내용을 따로 설명했으나 스페인 정부의 화는 가라앉지 않았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올라프 숄츠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욜란다 디아스 부총리는 "유럽에 필요한 건 지도력이지 트럼프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부하가 아니다"라고 했다.
스페인 정부 대변인은 메르츠 총리와 연락이 닿지 않은 데 대해 산체스 총리가 보안 문제로 휴대전화 번호를 정기적으로 바꾼다며 메르츠 총리가 옛날 번호로 연락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슈피겔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등 최근 산체스 총리와 통화했다는 정상들을 열거하며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그동안 국방비 증액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정책 등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워온 산체스 총리가 메르츠 총리와 대화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메르츠 총리는 지난 2월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도전받고 있으며 이미 잃었을 수도 있다"며 미국의 자국우선주의가 국제질서를 파괴한다고 주장하는 등 유럽 외교무대에서는 트럼프에 꽤나 비판적이다. 그러나 백악관에 찾아가 트럼프를 만날 때면 각종 선물을 안기고 트럼프 집안의 독일 혈통을 강조하며 호감을 얻으려고 애쓰고 있다.
dada@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