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먹고 남은 국물을 별생각 없이 싱크대에 흘려보내는 집이 많다. 그냥 물이겠거니 싶지만 고춧가루, 마늘, 젓갈, 기름이 뒤섞인 김치국물은 배관 내벽에 일반 음식물보다 훨씬 강하게 달라붙는다. 처음엔 아무 이상이 없어도 퇴적물이 쌓일수록 배관이 좁아지고, 어느 순간 물이 내려가지 않거나 싱크대 아래에서 퀴퀴한 냄새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배관 수리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단골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 김치국물이다. 버리는 방법을 조금만 바꿔도 배관 수명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
◆김치국물이 배관을 망가뜨리는 이유
고춧가루는 물에 녹지 않는 미세한 입자로 이뤄져 있다. 물과 함께 흘려보내도 배관 내부 굴곡, 특히 P자형 트랩 구간에 입자가 걸리면서 조금씩 쌓인다.
기름 성분은 더 문제다. 찹쌀풀, 젓갈 지방, 마늘과 생강의 유분이 모두 국물에 섞여 있는데, 이것들이 배관 벽에 얇은 막을 만든다. 온도가 낮아지면 이 막이 굳고, 그 위에 고춧가루와 이물질이 달라붙으면서 막이 두꺼워진다.
염분도 배관을 조용히 갉아먹는다. 소금 농도가 높은 국물이 반복적으로 지나가면 금속 배관이 부식되고, 부식으로 거칠어진 표면에는 이물질이 더 잘 붙는다. 배관이 낡을수록 이 속도는 빨라진다.
냄새 문제도 빠뜨릴 수 없다. 배관 안에 남은 국물이 추가로 발효되면서 황화수소 계열의 가스가 발생한다. 주방에서 이유 없이 냄새가 난다면 배관 안에 발효 찌꺼기가 쌓인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김치국물, 싱크대에 올바르게 버리는 방법
첫째, 버리기 전에 물을 넉넉히 섞어 묽게 만든다. 국물 원액을 그대로 흘려보내면 기름과 고춧가루 농도가 진한 채로 배관에 닿는다. 물을 충분히 부어 색이 옅어질 만큼 묽게 희석한 뒤 버리는 것이 맞다. 농도가 낮아지면 배관 내벽에 달라붙는 양이 크게 줄어든다.
둘째, 주방 세제를 한 펌프 함께 넣는다. 희석한 국물에 주방 세제를 한 번 짜서 섞으면 계면활성제가 기름 입자를 잘게 쪼개 물에 섞이게 만든다. 기름이 물에 녹아 흐르는 상태가 되면 배관 벽에 막을 형성하지 않고 그냥 내려간다.
셋째, 고형물은 반드시 걸러낸다. 고춧가루 덩어리나 건더기가 섞인 국물은 아무리 묽게 만들어도 고형물이 배관 트랩에 걸린다. 체나 싱크대 거름망으로 한 번 걸러서 건더기는 음식물 쓰레기통에, 국물만 따로 버린다. 거름망을 싱크대에 항상 끼워두는 것이 배관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넷째, 한 달에 한 번 베이킹소다와 식초로 배관을 청소한다. 베이킹소다 4~5큰술을 배수구에 붓고 그 위에 식초 반 컵을 부으면 거품이 올라오면서 배관 내벽의 퇴적물을 분해한다. 10~15분 뒤 따뜻한 물로 씻어내면 된다. 시중 배관 세정제보다 안전하고 훨씬 저렴하게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배관 수리를 위해 업체를 한 번 부르면 비용이 수십만 원을 훌쩍 넘는다. 막힘이 심하거나 부식이 진행된 경우엔 공사 규모가 커진다. 오늘 알려준 순서대로만 버려도 그 지출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묽게 희석하고, 세제 한 펌프 넣고, 거름망으로 걸러내고, 한 달에 한 번 베이킹소다로 청소하는 것. 이 네 가지만 지켜도 배관 상태가 달라진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