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급등한 국내 기름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전격 시행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석유제품 가격 안정 방안’을 발표하고, 관보 게재 절차를 거쳐 13일 0시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은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1차 최고가격으로 리터(L)당 보통휘발유 1천724원, 자동차용 경유 1천713원, 등유 1천320원으로 정했다.
이는 지난 11일 정유사가 제출한 평균 공급가격에 비해 각각 휘발유 109원(1천833원→1천724원), 경유 218원(1천931원→1천713원), 등유 408원(1천728원→1천320원)이 저렴한 가격이다.
정부가 가격 통제에 나선 배경에는 최근 중동 정세 악화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가격 변동 폭이 크게 확대된 점에 있다. 통상 약 2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반영되던 국제 유가가 최근에는 거의 즉각적으로 국내 가격에 반영되며 시장 불안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전날인 2월 27일 이후 국내 유가는 빠르게 상승했다. 이날 오전 7시30분 기준 휘발유 가격은 리터(L)당 약 200원, 경유는 300원 이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3월 초 들어 국내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튀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정유 4사의 평균 공급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상한선을 설정할 계획이다. 현재 평균 공급가격은 휘발유 1천833원, 경유 1천930원, 등유 1천730원 수준이다.
최고가격은 '기준가격 X 변동률 + 제세금'의 방식으로 계산된다.
기준가격은 국제 정세 영향으로 유가가 본격 상승하기 전인 2월 마지막 주 정유사의 세전 공급가격을 기준으로 삼았다. 평상시 시장 가격을 기준점으로 삼아 가격 안정 효과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변동률은 아시아 시장의 벤치마크인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의 2주간 등락률을 평균 내 산출했다. 여기에 교통·에너지·환경세와 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을 더해 최종 상한 가격을 결정한다.
양 실장은 "국제 가격이 급등할 때 국내 가격에 너무 빠르게 반영되는 부분을 완화하려는 것"이라며 "가격을 단순히 억누르는 정책이 아니라 정부가 개입해 가격 변동성을 줄이고 소비자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산정된 최고가격은 국제 유가 흐름을 반영해 2주 단위로 다시 계산해 조정된다.
적용 대상은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보통휘발유, 경유, 등유다. 다만 소비층이 제한적인 고급휘발유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도서 지역처럼 해상 운송비가 추가되는 곳은 물류 여건을 고려해 5% 이내 범위 내에서 별도의 최고가격을 산정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도 마련했다.
정부는 전국 주유소마다 가격 정책과 운영 방식이 달라 일률적인 판매가격 규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소비자 가격이 아닌 정유사의 공급가격을 관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러나 전국 약 1만300여개 주유소에 대한 가격 모니터링은 강화된다. 정부는 카드 결제 데이터 등을 활용해 하루 여러 차례 수집되는 주유소 판매 가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이상 가격 움직임을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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