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처벌 강화 요구 커지지만…“예방·조기 개입 없인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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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처벌 강화 요구 커지지만…“예방·조기 개입 없인 한계”

투데이신문 2026-03-12 18:23: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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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자료사진.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자료사진.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영아 학대 사건 ‘해든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범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형량을 높이고 가중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12일 취재에 따르면 해든이 사건은 지난해 10월 전남 여수에서 발생한 생후 4개월 영아 사망 사건이다. 사건 당시 친모는 아이가 욕조에서 물에 빠졌다고 신고했지만 병원으로 이송된 아이 몸에서 멍과 골절 흔적 등이 발견되며 학대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부검 결과 다발성 외상에 따른 출혈성 쇼크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사건은 중대한 아동학대 사건으로 번졌다.

수사 과정에서는 집 안에 설치된 홈캠 영상 수천 건이 확보됐고 이를 통해 사건 전후 반복적인 학대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친모는 아동학대 살해 혐의로 친부는 아동학대 방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의 구체적인 정황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공분이 커졌고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요구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실제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아동학대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5일 게시된 ‘아동학대 처벌 강화 요청’ 청원은 지난 10일 오후 기준 5만7829명의 동의를 얻으며 국회 심사 요건을 충족했다. 국민동의청원은 공개 후 30일 안에 5만명 이상이 동의하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로 넘어가 심사를 받게 된다.

청원을 올린 17세 학생은 청원글에서 ▲아동학대 치사 및 중상해 범죄의 법정형 상향 ▲만 1세 미만 영아 대상 범죄 가중처벌 ▲반복 학대 가해자 감형 제한 ▲보호자에 의한 학대 범죄 처벌 강화 등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자료사진.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자료사진.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아동학대 치사·살해로 숨진 아동은 96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체 아동학대 사건은 6만3575건으로 집계됐으며 지난해에만 1만4211건이 발생해 하루 평균 약 40건꼴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아동학대 행위자 1만5740명 가운데 친부모가 1만2110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아동학대가 가정 내부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보여주는 통계로 해든이 사건 역시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 의원은 해든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살해·치사·중상해 범죄의 처벌을 강화하고 보호자에 의한 학대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 추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만으로는 아동학대를 근본적으로 막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아동학대 사건 상당수가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만큼 사후 처벌보다 조기 발견과 예방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논문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중심으로’(2021·김잔디)는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단순한 응보적 처벌만으로는 아동학대의 반복을 근절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동학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기 발견을 강화하고 보호처분을 확대하는 등 재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함께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br>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자료사진.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또 ‘아동학대의 처벌 및 처리절차상 문제점과 개선방안’(곽지현·2022)은 “현재의 아동학대 처벌법제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사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임시방편적으로 개별 법률에 규정이 분산돼 있어 실제 사건 발생 시 어떤 기준으로 사건을 구별하고 어떤 법률을 적용해야 하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아동학대 처벌법제 정비를 위해서는 개별 규정의 내용 개선에 그치지 않고 아동학대를 특별히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아동학대처벌법으로 관련 규정을 집중시키는 방향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고위험 가정을 대상으로 한 ‘표적형 가정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아동학대를 예방한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Nurse-Family Partnership(NFP)은 저소득·미혼 산모 등 학대 위험이 높은 가정을 대상으로 임신기부터 아동이 두 살이 될 때까지 간호사가 정기적으로 가정을 방문해 양육 상담과 부모 교육, 건강 관리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장기 추적 연구에서는 이러한 집중 지원을 받은 집단에서 공식 확인된 아동학대·방임 사례가 대조군보다 낮게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들도 이미 학대가 발생했거나 위험요인이 높은 가정을 대상으로 한 가정방문 개입이 재학대 위험을 줄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연구들은 일반 가정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방문서비스라기보다 위험군을 선별해 장기간 집중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효과를 분석한 것이어서 ‘가정방문 일반’의 효과로 확대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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