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론 안팎에선 부동산 보유세(종합부동산세, 재산세) 인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목표로 내 건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가 국민적 호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거나 주택 여러 채를 매도하고 고가 주택을 매입하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 갈아타기'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여전히 집을 불로소득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방증으로 해석돼 주택 보유 부담을 키우는 '보유세 정상화'부터 시행돼야 한다는 쪽으로 여론이 기울고 있다. 우리나라 보유세 실효세율이 외국에 비해 크게 낮다는 점은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버티면 또 바뀐다" 정부 규제에 맞서는 다주택자들의 판단 근거는 '부동산 불패' 믿음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정부의 고강도 압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요지부동인 다주택자들이 적지 않다. 정권이 교체될 때까지 팔지 않고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다시 내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기대감을 부추긴 촉매제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못 박았음에도 여전히 거래량이 부진한 것이 근거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전년 동기(6364건) 대비 57.02% 감소한 2735건에 불과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다주택자들의 버티기에 따른 매물 잠김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류태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유세 강화 여부에 따른 변수는 존재하나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시장에 유의미한 매물 증가보다는 매물 잠김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 역시 "매도가 급하지 않은 상당수 다주택자가 장기간 버티기 모드로 들어가거나 증여를 택해 매물이 완전히 잠길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 역시 "수요 규제로 시장이 묶인 상황에서 매물 부족 현상이 5월 이후로도 더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다주택자 규제가 주택 수를 기준으로 적용되는 허점을 노리고 고가 주택 한 채를 보유하는 쪽으로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이다. 이 역시 버티기와 마찬가지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결과로 분석된다. 국토교통부에 지난달 강남3구 거래량은 1월 677건에서 2월 303건으로 55% 급감했다. 반면 노원구의 매매 건수는 전월 대비 소폭 늘었다. 성북구는 2월 313건으로 1월(355건) 보다 소폭 줄었지만 서울 자치구 중 거래량 2위에 올랐다. 은평구 역시 올해 들어 매 월 250건 이상의 거래량을 기록 중이다.
노원구 소재 L부동산 관계자는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못 박고 본격적으로 규제 강화를 예고한 시기가 1월 말이라는 점에서 지금은 비교적 저렴한 지역에 여러 주택을 소유한 다주택자들이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기 위해 한창 현금을 확보하는 시기로 보여진다"며 "실제로 우리 부동산에도 다주택을 보유한 고객들의 매도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미 기존에 가지고 있던 주택을 전부 팔고 강남쪽 아파트를 보러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미국 1% 보유세 걷을 때 우리나란 달랑 0.15%…"보유 부담 커지면 섣불리 집 못 산다"
부동산 시세 상승을 염두한 규제 회피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그동안 지속적으로 언급돼 왔던 '보유세 인상' 여론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과거 정부의 실패를 답습할 수밖에 없고 결국 선량한 무주택 서민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초구 소재 S부동산 관계자는 "버티기, 똘똘한 한 채 등의 판단 근거는 어떻게든 집을 가지고 있는 게 파는 것 보다 이익이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며 "결국 무분별하게 집을 가지고 있는 게 손해가 되게 만들면 자연스레 집을 투자 목적으로 사두는 움직임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조세재정연구원 등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 안팎 수준에 불과하다. 정권에 따라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긴 했지만 0.2%를 넘어선 적은 한 번도 없다. 100억원이나 되는 주택을 갖고 있어도 보유세는 1500만원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나라 보유세 실효세율은 OECD 주요국 평균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은 수치다. OECD 주요 8개 회원국의 평균 보유세 실효세율은 0.6% 가량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등의 선진국의 경우 우리나라에 비해 최소 2배에서 5배 가량 높은 편이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주 별로 다르긴 하지만 전체 평균 실효세율은 1%에 달한다. 주택 보유세율이 가장 낮은 하와이주(0.3%)도 우리나라 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보유세 실효세율이 가장 높은 곳은 뉴저지주로 적용 세율은 무려 2.5%에 달한다. 영국의 보유세 실효세율(2023년 기준)도 0.72%로 우리나라에 비해 최소 4배 이상 높고 일본도 0.49%로 약 3배 가량 높다. 프랑스의 경우 0.31% 수준으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선 비교적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지만 세율 적용 방식에 있어서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차등 적용'을 채택하고 있다. 부동산 순자산 130만유로(약 21억1806만원)를 초과하는 개인에 대해 최대 1.5%의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식이다.
직장인 박상훈 씨(34·남)는 "우리나라 부동산 투기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일단 사기만 하면 돈 번다'는 심리가 강하기 때문인데 이런 생각을 갖게 만드는 것이 바로 턱없이 낮은 보유세율이라고 본다"며 "50억, 100억 집에 살면서 1년에 세금을 달랑 700만원, 1500만원 이렇게 내는 게 말이 되나"라고 꼬집었다. 자영업자 김지윤 씨(41·여)도 "소득세는 남들 보다 많이 벌면 그만큼 더 내는데 왜 집은 금액에 상관없이 세율이 똑같나"라며 "돈 많은 사람이 좋은 집 사는 건 당연하듯 세금도 그만큼 더 내는 게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한다. 세금도 못 내면서 비싼 집을 가지고 있는 게 더 문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견해를 내비쳤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유세 실효세율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점은 자산 불평등 해소와 투기 억제 측면에서 세율 정상화의 근거가 될 수 있다"며 "보유 부담이 낮으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기보다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버티기에 들어갈 유인이 크기 때문에, 실효세율을 단계적으로 상향해 주택이 투기 수단이 아닌 주거의 수단이 되도록 유도할 필요가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다만 급격한 보유세 인상은 세부담 전가로 인한 임대료 상승이나 조세 저항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정책적 세밀함이 필요해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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