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로 인해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해외 투자 자금을 국내로 유도하기 위한 RIA(원화 기반 외화투자계좌) 제도 도입 논의가 뒤늦게 재차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미 제도 도입을 위한 법안 처리가 늦어진 상태로 증권사와 투자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2월 중 계좌가 출시될 예정이었던 만큼 증권사들은 이미 상품 준비를 상당 부분 마친 상태지만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실무 작업이 멈춰 있는 상황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당정은 이르면 오는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RIA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 신설을 포함한 이른바 ‘환율 안정 3법’을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관련 시행령 정비 등을 거쳐 다음달 중 RIA 계좌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RIA는 정부가 지난해 말 환율 변동성 완화와 외화 자금 유입 기반 확대를 목표로 추진한 정책이다. 해외 주식 투자로 빠져나간 자금을 국내 시장으로 유도해 외환 수급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다. 향후 1년 동안 개인 투자자가 보유한 해외 주식을 매도하고 해당 자금을 원화로 환전해 국내 투자로 전환할 경우 일정 한도 내에서 양도소득세를 공제해주는 구조다.
구체적으로는 RIA 계좌를 통해 해외 주식을 최대 5000만원까지 매도할 경우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제도 설계상 조기 매도를 유도하기 위해 공제율은 시기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1분기에는 매도 100%, 2분기 매도 80%, 하반기 매도 50%의 공제율이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입법 시기가 지연돼 1분기 내 도입이 불발되면서 공제 시점은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입법 지연으로 인해 시장 참여자들의 혼란이 가중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당초 올해 1분기 중 RIA 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관련 준비를 진행해 왔다. 증권사들도 이에 맞춰 전산 시스템 구축 등 사전 준비 작업을 상당 부분 마쳤다. 일부 증권사는 계좌 출시를 전제로 고객 대상 사전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으면서 투자자 안내를 비롯해 세제 적용 방식 등 구체적인 실무 기준을 확정하기 어렵게 됐다.
입법 후 실제 계좌 출시까지 여유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무 영역의 부담은 크다. RIA 계좌 밖에서 해외투자를 유지하는 '체리피킹'을 막기 위해선 투자자가 거래 내역을 직접 정리해 다음 해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과정에서 제출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해외 주식 양도소득 신고 역시 비슷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지만 RIA는 주식뿐 아니라 펀드 등 다양한 상품이 포함되는 데다가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정책인 만큼 업무 체계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특히 연금 계좌를 통해 해외 주식을 자동으로 매수하는 서비스 등 기존 상품을 이용하는 투자자들에게도 별도의 안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자산 거래가 발생할 경우 세제 적용 방식이 달라질 수 있어 투자자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RIA는 주식뿐 아니라 펀드 등 다양한 상품을 검토해야 해 관리 범위가 더 넓다”며 “계좌별 거래 내역을 어떻게 관리하고 신고할지, 이를 투자자에게 어떻게 안내할지에 대해 업계에서도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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