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물림 사고는 피해자에게 신체적 상처는 물론 장기간 지속되는 심리적 트라우마까지 남길 수 있는 중대한 사회 문제다. 이에 정부는 사고 발생 시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보상과 반려견 소유주의 책임 강화를 위해 지난 2021년 2월 12일부터 맹견 소유자의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이후 맹견 관리 정책은 사육허가제 도입 등으로 한층 강화되며 제도적 틀을 갖춰왔다.
다만 제도 시행 5년이 지난 현재, 맹견 책임보험 시장은 기대만큼 저변을 넓히지 못한 채 제한된 규모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입 대상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상품을 취급하는 보험사도 일부에 그치면서, 제도 정착 과정에서 여러 구조적 과제가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본보는 맹견 책임보험 제도의 운영 현황과 보험시장 구조, 그리고 제도 안착을 위한 보완 과제를 짚어본다.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맹견 책임보험 의무화로 개물림 사고 피해 보상 체계는 일정 부분 안착했다. 그러나 정책의 무게 중심이 ‘사후 배상’에 머물러 있어 사고를 줄이기 위한 예방 행정은 여전히 미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 1500만 시대에 도입된 이 제도는 개물림 사고 발생 시 피해자의 경제적 손실을 보전하고 보호자의 배상 책임을 제도적으로 명확히 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도 도입 이후 피해 보상의 최소한의 안전망이 구축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이제 정책의 초점을 사고 이후의 배상에서 사고 자체를 줄이기 위한 예방과 관리 체계로 확장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사고’ 반복되는데 ‘예방’은 개인 책임… 보험 면죄부 될까
개물림 사고는 이미 일상적인 사회 안전 이슈가 됐다. 12일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개물림 사고로 병원에 이송되는 건수는 매년 약 2000건 수준으로 집계된다. 사고 규모가 크게 줄지 않은 채 비슷한 수준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관리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이러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2021년부터 맹견에 대한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상해 정도에 따라 최대 8000만원 등의 보장 한도를 설정해 피해자의 경제적 회복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보험 중심 제도는 구조적으로 사고 이후의 수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또한 보험이 제공하는 경제적 안전망이 보호자의 관리 책임을 약화시키는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장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입마개 착용, 목줄 관리 등 기본적인 안전 수칙은 여전히 보호자의 자율적인 준수나 양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의 단속 인력과 예산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상시적인 예방 행정을 운영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견종 규제’도 한계…대안으로 제시된 기질평가제
현재 법적으로 맹견으로 분류된 5대 견종 중심의 규제 체계 역시 한계를 지닌다. 특정 견종을 기준으로 위험성을 판단하는 방식이 실제 공격성을 가진 개체를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2024년부터 ‘맹견 사육허가제’와 ‘기질평가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했다. 규제의 기준을 견종(Breed)이 아니라 행동 특성(Temperament)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기질평가제의 핵심은 5대 맹견이 아니더라도 사람이나 다른 동물에게 위해를 가한 이력이 있는 개체에 대해 시·도지사가 평가를 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일반견도 맹견으로 지정될 수 있으며, 이 경우 보험 가입과 입마개 착용 등 동일한 관리 의무가 적용된다.
현재 일부 지자체와 관련 기관을 중심으로 시범 평가가 진행 중이며, 정부는 향후 제도 확대를 통해 위험 개체 관리 체계를 보다 정교화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질평가제가 단순한 합격·불합격 판정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평가 과정에서 축적되는 행동 데이터를 장기적으로 관리하고 분석해야 실질적인 예방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데이터가 보험업계와 연계될 경우 보호자의 훈련 노력이나 관리 수준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화하는 등 예방 중심 정책 설계도 가능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됰다.
보험·행정·치안 잇는 ‘반려동물 안전 데이터’ 시급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고 데이터의 통합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개물림 사고 관련 정보는 소방청(이송), 지자체(단속), 보험사(배상) 등 기관별로 분산돼 있어 사고 원인 분석이나 예방 정책 수립에 활용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견종, 사육 환경, 훈련 여부, 사고 재발 여부 등을 통합 관리하는 국가 차원의 반려동물 안전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반려동물 관리 데이터, 행정안전부와 소방청의 사고 이송 정보,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의 배상 통계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면 사고 발생 패턴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특정 지역이나 계절, 사육 환경에 따른 위험 요인을 사전에 식별하고 행정력을 집중하는 예방 중심 관리 체계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데이터 기반 관리 모델이 운영되고 있다. 독일 니더작센주는 반려견 면허제와 보험 의무화를 함께 운영하며 주 단위로 반려견 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있다. 미국 역시 주·카운티 단위로 위험견 신고, 단속, 사고 이력 등을 공동 관리하는 시스템을 통해 반복 사고를 억제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역시 보험 제도 도입에 머물지 않고 데이터 기반의 예방 행정으로 정책을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태형 수의사(한국동물복지표준협회장)는 “현재 맹견 보험 제도는 사고 이후의 수습 기능에 집중돼 있다”며 “보험은 안전 정책의 종착점이 아닌 예방 체계로 가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육허가제와 기질평가제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전문 인력과 예산 확보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며 “사고 데이터를 공개하고 이를 금융·행정 정책과 연계하는 입체적인 안전 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내 대학의 한 수의학과 교수 역시 “기질평가 과정에서 축적되는 행동 데이터를 장기적으로 분석·활용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평가제도가 단순 행정 절차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 기반 정책으로 발전할 때 비로소 예방 중심의 반려동물 안전 정책이 자리 잡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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