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삼성생명이 유배당 보험 계약에서 발생하는 만성적 역마진 구조와 그에 따른 11조3000억원 규모의 누적 결손 현황을 처음으로 공식 공개했다. 과거 고금리 시기에 확정된 부담 금리가 현재 자산운용 수익률을 웃돌면서 손실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지분 매각 등 일회성 이익을 반영하더라도 결손 규모가 큰 상황이어서 현 구조에서는 계약자 배당 재원 확보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전날 공시한 사업보고서(2025년도 사업보고서)를 통해 유배당 보험 계약의 손익 구조와 계약 현황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번 공시는 IFRS17 도입 이후 불거진 ‘계약자지분조정(일탈회계)’ 관련 회계 논란과 관련, 회사 측이 계약 구조와 재무 현황을 설명하기 위해 공개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시의 핵심은 ‘역마진 구조의 지속’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유배당 보험 계약은 작년 말 기준 148만건에 달한다. 자산운용 수익률은 연 4.0% 수준에 머물러 있는 반면, 고정금리 유배당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평균 보장금리는 연 7.0% 수준이다. 약 3%포인트의 금리 역전 현상이 이어지면서 발생한 누적 결손 보전액(이익잉여금)은 작년 말 기준 1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986년 이후 지급된 총 배당금 3조9000억원의 약 세 배 규모다.
삼전 주식 팔아도 ...결손 구조 지속 전망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던 ‘삼성전자 지분 매각’ 변수도 유배당 계약 손익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에 따른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준수 목적의 지분 매각 이익을 반영하더라도 유배당 계약의 손익은 여전히 결손 상태라고 설명했다.
금산법 제24조에 따라, 금융회사가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일정 수준 이상 보유할 경우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최근 상법 개정으로 추가 자사주 소각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관련 매각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기존 누적 결손을 먼저 보전해야 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계약자 배당 재원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번 공시는 과거 유배당 계약자 몫을 부채 대신 자본(기타자본항목)으로 분류해 논란이 됐던 ‘계약자지분조정(일탈회계)’ 관련 현황을 설명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일탈회계 종료에 따라 자본으로 재분류된 유배당 계약자 지분은 17조5858억원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이 IFRS17 체계에서 예외 적용을 허용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삼성생명은 향후 보장 수익률을 상회하는 자산운용 성과나 보유 투자자산 매각 등이 발생하지 않는 한 유배당 계약에서 초과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시가 과거 고금리 확정형 보험상품이 안고 있는 구조적 부담을 다시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유배당 계약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점은 의미가 있다”며 “IFRS17 체계에서는 부채 가치가 보다 명확하게 드러나는 만큼 보험사들의 자본 관리와 자산운용 부담이 이전보다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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