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 거래로 발생한 수익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한 과세 인프라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내년부터 가상자산 투자 수익에 대한 과세가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관련 전산 시스템 마련 작업이 시작됐다.
12일 국세청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9일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약 30억원 규모의 '가상자산 통합분석시스템 구축 사업' 입찰 공고를 긴급 발주했다.
국세청은 이달 중 사업자 선정을 마친 뒤 다음 달부터 시스템 설계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후 테스트 과정을 거쳐 올해 11월 시범 운영을 시작하고 연말까지 시스템을 정식 개통한다는 일정이다.
이번 시스템 구축은 향후 가상자산 거래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세무조사 및 체납자 재산 추적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다. 특히 거래소가 보유한 대규모 거래 데이터를 분석해 탈루 혐의를 탐지하는 기능을 갖추게 된다.
국세청은 "2027년부터 가상자산 사업자가 개인 투자자의 거래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제도가 시행되는 만큼 방대한 거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분석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 제도를 앞두고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2027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한 수익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과세 대상이 된다. 연간 250만원을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 20%의 기타소득세와 2%의 지방소득세가 합산된 총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1000만원에 매입한 비트코인을 2000만원에 매도해 1000만원의 수익을 얻을 경우 250만원을 공제한 750만원에 세율 22%가 적용돼 약 165만원의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국세청은 새 시스템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 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탈세 방지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이상 거래 패턴을 분석하고 회귀 분석 등 통계 기법을 적용해 의심 거래를 탐지하는 기능도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관세청, 통계청, 근로복지공단, 한국은행 등 외부 기관과 정보를 연계해 가상자산 관련 분석 데이터와 의심 거래자 정보를 공유할 계획이다.
이성진 국세청 차장은 최근 국회 업무보고에서 "가상자산 탈세 대응을 위해 전담 조직인 디지털자산총괄과 신설과 통합 분석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가상자산 과세 제도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학계 일각에서는 국세청의 준비 상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세청이 압류한 가상자산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보안 정보가 노출돼 약 400만 개의 코인이 탈취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국세청은 보도자료 사진에 가상자산 지갑 복구에 필요한 핵심 보안 정보인 '니모닉 코드'를 노출하는 실수를 범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모닉 코드는 12~24개의 단어로 구성된 지갑 복구 키로, 이를 알면 해당 지갑의 가상자산을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는 일종의 마스터 비밀번호 역할을 한다.
이 사건 이후 가상자산 보안 관리 체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가상자산 과세 시스템 준비 과정에 대한 신뢰성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탈취된 코인은 회수되지 않았으며 경찰이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이다.
오문성 경희대 경영대학원 세무관리학과 객원교수는 "압류된 가상자산이 관리 부실로 유출된 상황에서 과세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며 "가상자산 과세 정책 전반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