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선제공격으로 촉발된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세로 돌아서자 국내 증시에서 신재생에너지 관련주가 연일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가 급등이 태양광·풍력 등 대체에너지의 상대적 경쟁력을 부각시키는 가운데,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정치 지형 변화에 따른 정책 반전 기대감까지 더해졌다는 분석이다.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전 거래일보다 24.48% 급등한 13만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 주가는 이란 사태 충격이 처음 반영된 지난 3~4일 이틀 동안 10만4천원에서 7만7천800원까지 25.2% 급락했다가, 이후 에너지 가격 급등 수혜주로 재부각되며 급반등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6일 상한가(29.97%)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에도 20% 넘게 오르며 이란 사태 이전 수준을 크게 상회했다. 현재 주가는 사태 발발 전보다 약 25.7%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6,244.13에서 5,583.25로 10.6%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시장 대비 36%포인트 이상 초과 수익을 기록한 셈이다.
이날 SK이터닉스와 금양그린파워는 각각 29.7%, 29.0% 급등해 상한가를 기록했다. 대명에너지도 9.2% 오르는 등 신재생에너지주 전반이 강세를 보였다. 한화솔루션은 보합권(±0%)에 머물렀지만, 이들 종목 대부분의 주가는 이란 사태 이전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국제유가 상승이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제성을 상대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을 강세 배경으로 꼽는다.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담과 달리, 호르무즈 해협 일대 안보 불안이 지속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보태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이날 오후 현재 전장보다 6.48% 급등한 배럴당 92.9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장중 한때 95.97달러까지 치솟았다. WTI 가격은 지난 9일 장중 119.48달러까지 급등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발언 이후 80달러대로 급락, 진정되는 듯했으나 다시 상승 국면으로 돌아섰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날 역대 최대 규모의 전략비축유 방출 계획을 발표했음에도 유가 오름세를 꺾지 못한 점은 시장의 불안을 반영한다. 이란이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지 않고 있는 데다, 미국과 이란 간 핵협상 중재국인 오만의 연료저장고가 이란제 드론 공격을 받는 등 사건이 잇따르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어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다시 배럴당 94달러를 돌파한 것은 ‘구조적 위험’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전 급등(9일)과 달리 현재 상승세를 시장은 좀 더 ‘경계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에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공급선 다변화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값싼 러시아산 가스·원유 도입이 막힌 유럽에서 태양광 설비가 급증했던 경험도 신재생 확대 논리를 뒷받침한다.
정치 변수도 신재생 관련주의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압박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을 흔들 수 있고,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레임덕 국면이 조기에 도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타격을 입었던 신재생에너지 산업에는 ‘정책 리바운드’ 가능성이 열리는 셈이다.
안주원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신재생 기업들 주가 흐름이 좋다”며 “국내는 정부 정책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고, 미국은 올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정치 지형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태양광·풍력발전에 대한 보조금 및 세제 혜택 축소, 신규 프로젝트 인허가 제한, 대출 삭감 등의 정책을 시행해 왔다”며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기를 잡으면 보조금과 대출을 풀어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국제유가의 ‘구조적 위험’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미국 정치 지형 변화 가능성이 맞물리며 신재생에너지주는 단기 변동성 속에서도 방어력을 과시하고 있다. 다만 유가와 정책 변수에 따라 주가 등락이 과도해질 수 있는 만큼, 업황과 기업별 실적·수주 동향을 면밀히 살피는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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