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설사 정기 주주총회의 화두는 ‘체질 개선’이다. 건설경기 둔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건설사들이 정관 정비와 신사업 확대, 주주환원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며 사업 구조와 지배구조를 함께 손보는 모습이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들은 이번 주총에서 정관 변경과 사업목적 추가, 배당 및 자사주 정책 등을 포함한 다양한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업황 둔화 속에서 단순한 정례 절차를 넘어 기업 체질을 개선하고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려는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우선 지배구조 정비가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현대건설과 GS건설,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은 정관에 포함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손보거나 삭제하는 안건을 주총에 올렸다. 이는 상법 개정 논의에 따라 대규모 상장회사가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기 어려워지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 등 이사회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제도 변화에도 대비하는 모습이다.
이사회 구성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건설사는 정책 및 산업 이해도가 높은 외부 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올리며 이사회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번 정기 주총에서 이정식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사외이사 후보로 상정했다. 노동·산업 정책 경험을 갖춘 인사를 이사회에 포함시켜 경영 자문 기능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주주 접근성과 책임경영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전자주주총회 근거 규정 신설과 이사 충실의무 확대, 감사위원회 관련 규정 정비 등을 정관 변경 안건에 포함했다. GS건설 역시 전자주총 근거 마련과 감사위원 분리선임 인원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주주 참여를 확대하는 동시에 이사회와 감사 기능을 강화하려는 흐름이다.
사업목적 변경도 올해 건설사 주총의 또 다른 축이다. 현대건설은 주택·커뮤니티·상가 등 시설 컨설팅 및 운영업과 전자상거래·인터넷 관련 사업, 통신판매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단순 시공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준공 이후 운영 서비스와 디지털 고객 접점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GS건설도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과 위치정보·위치기반 서비스업, 광고 및 광고대행업 등을 사업목적에 새로 포함시켰다. 주거 플랫폼 ‘자이홈’ 확대와 생활 서비스 사업을 비롯해 향후 신사업과의 연계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주환원 정책도 주총 주요 의제로 등장했다. GS건설은 정기 주총에서 보통주 1주당 500원의 현금배당을 결의할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별도 배당 대신 자기주식 소각을 주총 보고사항에 포함시켰다. 건설업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주주가치를 고려한 정책을 병행하며 시장 신뢰를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일부 건설사는 주총 의제 범위를 더 넓히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상호 변경과 정관 정비 등을 안건으로 상정했고, 삼성물산은 자기주식 소각과 함께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까지 올렸다. 건설업을 영위하는 대기업들 사이에서 주주권 강화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올해 건설사 주총을 단순한 정례 행사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설경기 침체와 PF 리스크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정관과 사업 구조를 동시에 손보며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사업 범위를 넓히고 이사회 구조를 정비하며 주주환원 의지를 함께 강조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건설사들이 이번 주총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와 지배구조를 동시에 점검하는 ‘체질 개선’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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