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장기화로 가계 부담이 커지면서 값비싼 식재료 대신 가격은 비교적 저렴하고 맛은 비슷한 대체 식재료의 소비가 늘고 있다. 특히 단순히 메뉴 선택뿐 아니라 조리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면서 같은 식재료로 여러 끼니를 해결하거나 간편식과 대체 식재료를 활용하는 장면도 연출되고 있다.
12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산 삼겹살 판매량은 520만6984㎏으로 2024년 521만423㎏보다 감소했다. 반면 앞다릿살 판매량은 같은 기간 244만874㎏에서 291만2657㎏으로 19% 증가했다. 과거 삼겹살 판매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던 앞다릿살 판매량이 이제는 약 56% 수준까지 늘어난 것이다. 뒷다릿살 판매량 역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뒷다릿살 판매량은 전년 대비 34% 늘어난 89만5976㎏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판매량이 변화한 배경에는 가격 경쟁력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평균 앞다릿살 소비자 가격은 100g당 1509원으로 2642원인 삼겹살의 약 60% 수준에 불과했다. 같은 양의 고기를 구매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부위를 선택하면 식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르데스크 취재 결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돈 앞다리 구이용과 삼겹살 500g의 가격은 각각 1만3900원과 1만5900원이었다. 이를 100g 기준으로 환산하면 앞다릿살은 2780원, 삼겹살은 3180원으로 앞다릿살이 약 14.4% 저렴했다. 제육볶음용으로 판매되는 뒷다릿살 역시 500g에 9900원으로 100g당 1980원 수준에 판매되고 있어 삼겹살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했다.
고물가로 식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식비 부담도 계속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수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주요 식탁 물가는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소고기 안심(1+·100g)은 2023년 1만3817원에서 2026년 1만4863원으로 약 8% 상승했고 삼겹살(100g) 가격 역시 같은 기간 2534원에서 2640원으로 약 4% 올랐다.
수산물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염장 고등어(1손)는 2023년 4393원에서 2026년 6218원으로 42% 급등했고 국산 갈치(1마리) 가격도 1만4346원에서 1만4923원으로 상승했다. 곡물과 채소, 과일 가격도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쌀(20㎏) 가격은 5만3278원에서 6만2969원으로 18% 상승했고 배추(1포기)는 4063원에서 4904원으로 21% 올랐다. 후지사과(10개) 역시 2만5384원에서 2만8101원으로 11% 상승했다.
식재료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가정의 식사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 식사가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김치찜이나 김치찌개처럼 여러 끼니에 나눠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선택하는 식이다. 밀키트를 구매해 추가 재료를 넣어 끼니 수를 늘리는 방식도 등장했다. 동일한 양의 식재료로 한 끼가 아닌 두 끼 이상을 해결하려는 소비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 역시 식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식단을 조정하고 있다. 최경식 씨(63·남)는 "고기 가격이 많이 올라 마트에 올 때마다 비교적 저렴하거나 세일 중인 제품 위주로 고르게 된다"며 "예전에는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한 번 사면 두 끼 이상 먹을 수 있는 메뉴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불고기를 먹더라도 예전처럼 고기만 가득 넣기보다는 당면이나 버섯, 양파 등을 함께 넣어 양을 늘려 먹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가정주부 송지현 씨(57·여) 역시 식단 구성 방식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삼겹살 1㎏을 구워 먹었다면 요즘에는 김치찜이나 김치찌개처럼 여러 끼니에 나눠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기 양을 조금 줄여도 크게 티가 나지 않고 여러 끼니를 해결할 수 있어 이런 방식으로 식단을 짜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고물가 장기화 속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소비 패턴 변화라고 분석한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식재료 가격 상승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가격 대비 효용을 고려한 소비로 이동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선호 부위를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앞다릿살이나 뒷다릿살처럼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부위로 소비가 분산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식 대신 집밥을 늘리고 한 번 조리해 여러 끼니를 해결하는 방식 역시 물가 상승기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소비 패턴 변화"라며 "앞으로도 가계 부담이 이어질 경우 이러한 식생활 변화는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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