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을 다루는 방식은 과거처럼 집값을 무작정 올리거나, 반대로 거칠게 눌러버리는 식의 단선적 접근과는 결이 다르다. 12일 한국부동산원 통계는 그 변화의 방향을 숫자로 보여준다. 3월 둘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4%, 전세가격은 0.09% 상승했다. 수도권 매매는 0.08%, 서울은 0.08%, 경기는 0.10% 올랐다.
전세도 수도권 0.12%, 서울 0.12%, 경기 0.13% 상승했다. 시장이 주저앉은 것도 아니고, 투기적 과열로 치닫는 것도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상승의 폭이 아니라 상승의 방식이다. 시장 전체가 한 방향으로 들끓는 장세가 아니라, 지역과 수요에 따라 선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안으로 들어가 보면 이 흐름은 더 또렷해진다. 강북 14개구 매매가격은 0.15% 오른 반면, 강남 11개구는 0.03% 상승에 그쳤다. 특히 강남권 핵심지 일부가 오히려 조정 흐름을 보인 점은 의미가 작지 않다. 송파구는 -0.17%, 강남구는 -0.13%, 용산구는 -0.03%를 기록했다.
반면 중구 0.27%, 성북구 0.27%, 서대문구 0.26%, 강서구 0.25%, 동대문구 0.22%, 영등포구 0.19%, 구로구 0.17% 등 실거주 수요가 두터운 지역은 상승했다. 이 숫자는 단순한 등락표가 아니다. 과열 우려가 큰 초핵심지의 열기를 식히는 대신, 생활권과 교통, 대단지, 역세권을 갖춘 실수요 지역으로 시장의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다. 정책의 언어로 바꾸면 투기 억제와 실수요 회복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경기도 흐름도 같은 맥락이다. 수원 영통구 0.45%, 하남 0.43%, 안양 동안구 0.42%처럼 일자리와 교육, 신축 선호가 결합한 지역이 상승을 이끌었다. 전세시장 역시 화성 동탄구 0.37%, 용인 기흥구 0.36%, 수원 영통구 0.33%, 성남 분당구 0.30%, 하남 0.29% 등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 중심으로 올랐다.
반대로 이천은 -0.11%, 여주는 -0.10%, 과천 전세는 -0.17%를 기록했다. 이는 유동성이 시장 전체를 한꺼번에 띄우는 국면이 아니라, 실제 수요가 붙는 곳부터 반응하는 정상화 흐름에 가깝다. 아무 곳이나 오르는 장이 아니라, 필요한 곳이 먼저 움직이는 장이라는 뜻이다.
전세 시장 역시 가볍게 볼 수 없다. 전국 전세가격이 0.09%, 서울 전세가격이 0.12% 오른 것은 임차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의미다. 한국부동산원도 서울에 대해 “선호도 높은 역세권 및 대단지 중심으로 임차 수요가 꾸준한 가운데 전세가격 오름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광진 0.25%, 성북 0.24%, 양천 0.18%, 강서 0.14%, 영등포 0.11% 등은 학교와 교통, 생활 인프라가 받쳐주는 전형적인 실수요 지역들이다. 거래가 말라붙은 시장이 아니라, 살 사람과 빌릴 사람이 있는 곳부터 다시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바로 이 대목이 중요하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장면은 크게 두 가지다. 강남 몇 곳만 폭등하며 기대심리가 전국으로 번지는 경우, 그리고 매매와 전세가 동시에 얼어붙어 거래 자체가 마르는 경우다. 그런데 이번 통계는 그 둘과 다르다. 서울 강남권 일부는 조정을 받고, 강북과 수도권 실수요지는 완만하게 오르며, 전세는 더 폭넓게 버티고 있다.
정책 당국 입장에선 가장 바람직한 흐름에 가깝다. 과열은 국지적으로 관리하고, 실수요 회복은 공급과 금융, 임대차 정책으로 뒷받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급등장도 급락장도 아닌, 관리 가능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전세 사기 방지 대책을 포함한 주거 관련 현안을 직접 보고받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시장을 단순히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실수요자 보호와 주거 질서의 문제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다. 부동산 시장은 숫자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정책 신호와 시장 기대가 함께 작동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흐름은 의미가 있다. 서울 초고가 핵심지의 과열은 식고, 강북과 수도권의 생활형 실수요지는 살아나며, 전세는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견조하게 버티고 있다. 시장을 거칠게 짓누르지도, 그렇다고 무방비로 풀어놓지도 않은 결과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을 “집값이 오른다”는 한 줄로만 읽으면 본질을 놓친다. 더 정확한 해석은 시장의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을 광풍에서 질서 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부동산은 결국 기대의 시장이다. 이번 통계는 그 기대가 투기가 아니라 안정 쪽으로 서서히 방향을 틀고 있음을 보여준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Copyright ⓒ 뉴스로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