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심리학과 졸업 후 동 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 과정 중에 있다. 에세이 『겨울의 언어』, 시집 『우화들』을 비롯한 여러 권의 책을 냈다.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을 운영 중이며, MBC 표준FM 〈라디오 북클럽 김겨울입니다〉를 4년 반 동안 진행했다.
이미 열 권이 넘는 책을 발간한 데다, 30만 구독자의
<겨울서점>
채널을 운영하는 북튜버로서 라디오 DJ로서 정말 많은 세상의 책들과 호흡해온 당신입니다. 이번에는 왜 〈모르는 채로 두기〉라는 사진집을 꺼내 들기로 결심했나요
겨울서점>
사진을 오랫동안 찍었지만 책으로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그저 순수한 취미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를 알게 된 출판사에서 좋은 제안을 주어서 용기를 내보게 되었습니다. 본업이 사진가가 아니니 흔치 않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SNS 사진 계정을 따로 운영할 만큼 꾸준히 쌓아온 작업 중 책에 쓸 사진을 고르기 위해 자그마치 16년치의 사진을 고르고 배열했다죠. 그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무엇이었습니까
‘이미 사진에 모두 다 있었구나’라는 생각이요. 무슨 말이냐면, 이번에 사진집을 내면서 비로소 얻게 된 답들이 있거든요. 나는 왜 사진을 찍고 왜 글을 쓰는가, 나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몇 가지 답인데요. 오래 전에 찍은 사진들이 이미 그 답들을 예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아주 오래 전부터 나는 세계를 이런 눈으로 보고 있었구나 싶었죠.
〈모르는 채로 두기〉라는 책을 설명할 수 있는, 고르는 과정에서 가장 오래 붙들었던 몇 장의 이미지를 소개한다면요? 기술적 완성도와는 다른, 감정적인 이유로 남긴 컷들도 있을지요
얼굴이 기둥 그림자에 가려진 여성의 사진인데요. 순간적으로 찍어야겠다는 굉장한 충동을 느꼈고, 찍고 나서도 많이 들여다보았던 사진입니다. 2011년에 찍었던 차이나타운의 사진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진인데, 14년의 간격이 있는 두 사진의 정서는 같기도 다르기도 하지요. 시기도 도시도 카메라도 모두 다른 사진이지만 통하는 데가 있는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목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모르는 채로 두기’라는 문장은 체념이 아닌 어떤 태도로 느껴집니다만, 책에도 소개되지만 이 문장을 붙들고 살게 된 최초의 순간을 소개한다면
사진기를 처음 잡았을 때부터요. 사진이라는 매체가 필연적으로 가지는 폭력성을 처음부터 두려워 했습니다. 특히나 스트리트 포토는 어떤 침범이고 판단이니까요. 사람의 순간에서 잠깐 비치는 삶의 빛을 믿으면서도 그것을 찍는 것을 늘 두려워 하고 있습니다.
3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을 운영하며 작가, 북튜버, 라디오 DJ 등 자칭타칭 ‘독서 유발자’로서 책과 관련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김겨울. 그가 첫 사진책 〈모르는 채로 두기〉를 펴냈다.
북디자이너 정재완과의 협업으로 탄생했습니다. 책을 함께 만들어가며 서로 가장 많이 대화를 주고 받은 내용은
당연한 말이지만, 어느 사진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가 주요한 문제였습니다. 해설에 디자이너님이 쓰셨듯 사진산문집에서는 사진과 글의 배치가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디자이너님과 눈을 맞춰가면서, 이 책이 어떤 흐름과 의미를 지닐 수 있을지를 고민했어요. 사진과 글의 배열만으로도 디자이너님의 의도를 느낄 수 있었는데, 이런 식의 소통은 글로 된 책을 낼 때와는 다른 재미였네요. 결과적으로 좋은 흐름이 만들어져서 디자이너님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독자들이 이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하나쯤은 마음에 남겨두었으면 하는 질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혹은 끝내 답하지 않기를 바라는 질문도 좋습니다
‘나는 순간을 믿는가?’ 우리가 이 순간에 존재하기로 결정하면, 그 순간 우리는 영원을 경험한다고 믿어요. 그것이 유한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영원이라고요. 하지만 우리는 늘 다른 순간들에 마음을 빼앗기면서 살아가곤 하죠. 그것이 과거이든 미래이든.
이번 작업을 통해 당신이 새롭게 알게 된 것과, 여전히 모르는 채로 남겨두기로 한 것은
제가 사진을 찍고 철학을 공부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이번 책에 들어갈 글 작업을 하던 어느 날 가만히 앉아 있다가요. 아, 그것은 모두 슬픔 때문이구나, 나는 슬퍼서 사진을 찍고 철학을 공부하는구나, 하고 문득 알게 되었지요. 여전히 모르는 채로 남겨두기로 한 것은 이 사실을 제외한 나머지입니다.
책은 당신의 삶에 ‘어떻게 두고픈’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삶의 일부로 언제나 존재했으면 하는 것이요. 지금까지 그래왔듯, 함께 호흡하고 함께 자리를 찾아나가는 존재였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책을 통해서 제 자신이 계속 갱신될 수 있으면 좋겠고, 또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나의 눈의 일부”라고 얘기한 이유는
글로만 쓴 책을 낼 때와는 달리 이 책에는 정말로 제가 바라본 것,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게 만든 저의 세계관이 들어 있습니다. 중간 중간 들어가 있는 글들이 그러한 세계관을 보여주지요. 그렇기에 지금까지 낸 책보다 훨씬 더 직관적이고 솔직하게 저의 눈을 담았다고 느낍니다.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제 눈의 일부를 선보이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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