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돼지고기 가격을 사전에 짜고 입찰에 참여한 육가공업체들에 대해 처음으로 칼을 빼 들었다. 공정위는 담합에 가담한 9개 돼지고기 가공·판매업체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31억6천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 가운데 6개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12일 전날 열린 소회의(주심 김정기 상임위원)에서 이마트에 돈육을 납품하면서 입찰가 또는 견적가를 사전에 합의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대성실업, 대전충남양돈축산업협동조합, 부경양돈협동조합, CJ피드앤케어, 도드람푸드, 보담, 선진, 팜스토리, 해드림엘피씨 등 9개사를 제재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선진, 팜스토리, 해드림엘피씨를 제외한 6개 법인은 검찰 고발 대상에 올랐다. 행정제재를 넘어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열어둔 강도 높은 조치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 업체는 이마트가 운영하는 두 가지 유형의 돈육 판매 방식에 맞춰 조직적으로 가격을 조율했다. 이마트는 납품업체를 표시하지 않고 ‘국내산 돈육’으로만 진열하는 ‘일반육’과, 육가공업체 상표를 그대로 내건 ‘브랜드육’ 두 가지 방식으로 돼지고기를 판매한다.
업체들은 일반육의 경우 경쟁입찰에 참여하면서, 브랜드육의 경우 개별 협상을 위한 견적서를 제출하면서 부위별 가격 수준을 사전에 밀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2021년 11월 3일부터 2022년 2월 3일까지 이마트가 실시한 14건의 일반육 입찰 가운데 8건에서 8개 업체가 삼겹살·목심 등 부위별 입찰가격이나 최저 입찰 하한선을 미리 정해 놓고 그대로 가격을 써냈다.
브랜드육 부문에서도 담합은 이어졌다. 2021년 7월 1일부터 2023년 10월 11일까지 진행된 브랜드육 견적서 제출 과정에서 5개 업체가 10차례에 걸쳐 부위별 견적가격을 사전에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담합을 통해 체결된 계약 규모는 일반육 103억원, 브랜드육 87억원 등 총 19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공정위는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들러리 입찰’에 참여하며 담합에 기여한 행위까지 포함해 관련 매출액을 산정했으며, 그 결과 계약금액 대비 과징금 비율은 약 16.7% 수준이지만 실제 관련 매출액 대비 비율은 이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업체별 과징금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은 도드람푸드로 6억8천만원이 부과됐다. 해드림엘피씨가 4억4천100만원, 하림그룹 계열사인 선진이 4억3천500만원을 각각 부담하게 됐다. 나머지 업체들에도 수억 원대 제재가 내려졌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의 의미를 “닭고기·오리고기 담합에 이어 처음으로 돈육 담합을 적발해 제재한 사례”라고 규정했다. 축산물 가격 담합 감시망이 닭·오리에서 돼지고기로까지 본격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호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 심사관은 담합이 실제 시장가격에 미친 영향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그는 업계가 참고하는 기준 돈가가 2.2% 올랐을 때 담합 업체들이 9.8% 높은 가격으로 입찰했고, 기준 돈가가 11.5% 떨어졌을 때는 6.4%만 낮춘 가격으로 응찰한 사례를 소개하며 “담합으로 납품 가격을 시장 가격 오르는 것보다 더 올리고, 낮아지는 것보다는 덜 낮아지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피심인들의 담합행위로 인한 납품가격 인상은 이마트의 판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소비자들은 더 높은 가격을 부담해야 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대형마트를 통해 사실상 전국 단위로 판매되는 돈육 가격이 인위적으로 왜곡돼 소비자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했다는 판단이다.
이번 제재가 이마트를 넘어 다른 유통 채널로도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 심사관은 “이마트 외 다른 대형마트를 상대로 한 담합 여부에 대해서도 다른 업체를 모니터링하고 법 위반 여부를 지금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혀, 향후 추가 조사와 제재가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축산물 등 생활 밀접 품목의 가격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대형 유통업체 납품 구조를 악용한 카르텔 행위에 대해선 과징금 부과와 함께 검찰 고발을 병행하는 등 강력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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