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가 역사상 최대 규모의 비축유 방출 카드를 꺼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섰다. 중동의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공급 불안 공포가 시장을 압도하는 모습이다.
IEA 사상 최대 4억 배럴 방출 합의… 시장 반응은 '싸늘'
미국 CNBC 등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한국시간 12일,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0.44달러를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전날 종가 대비 4.76% 급등한 데 이어 연일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앞서 IEA 32개 회원국은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인 총 4억 배럴의 비상 비축유 방출에 합의한 바 있다. 이는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방출량(1억 8,200만 배럴)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며, 미국이 이 중 1억 7,200만 배럴을 책임지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규모 물량 공세도 중동발 리스크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란 "호르무즈 해협 전면 차단"… 유가 200달러 경고
유가를 다시 끌어올린 결정적 원인은 중동 정세의 급격한 악화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선박들이 잇따라 공격을 받는 가운데,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을 전면 차단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IRGC 카탐 알안비야 대변인은 국영 TV 성명을 통해 "단 한 리터의 석유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어 해협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국제 유가가 현재의 두 배 수준인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급 리스크 지속… 세계 경제 '비상'
전문가들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IEA의 비축유 방출 효과는 사실상 상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에너지 시장 분석가는 "전쟁 조기 종식 낙관론으로 잠시 하락했던 유가가 다시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암초를 만났다"며 "이란의 경고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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