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한국은행이 대내외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진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신중한 중립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근 중동 지역 분쟁으로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성급히 완화나 긴축 방향으로 기대를 형성하기보다 경제지표를 보며 대응 폭을 열어두겠다는 판단이다.
황건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12일 공개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향후 통화정책은 특정 방향으로 기대를 형성하기보다, 대내외 여건 변화와 경제지표 등을 지켜보면서 당분간 신중한 중립 기조를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 작성은 황 위원이 주관했다.
황 위원은 “3월 들어 중동지역 분쟁에 따른 대외 환경 급변으로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도 크게 확대됐다”며 “물가와 성장 경로는 미국 관세정책 변화, 주요국 통화·재정정책, 반도체 경기, 최근 부각된 중동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경계심을 드러냈다. 황 위원은 “금리·환율이 중동 리스크로 경제 펀더멘털에서 괴리돼 큰 변동성을 보이는 만큼 필요시 시장 안정화 조치로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선 “주택가격의 오름세가 다소 둔화했지만 비수도권으로 상승세가 확산하는 등 불안 요소가 상존한 만큼 주택시장의 추세적 안정 여부도 계속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브리핑에서 중동 사태가 통화정책에 미칠 파장을 예고하면서도, 아직은 판단을 유보했다. 그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2주간 중동 사태라는 변화가 있었는데, 앞으로 통화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면서도 “전황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서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지금 말하기가 현실적으로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이어 “4월 통화정책방향 회의까지 성장·물가 등 영향을 점검해서 (통화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가 측면에서는 공급 비용 요인의 압력 증가는 인정하면서도, 수요 측 인플레이션 압력은 아직 크지 않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지은 한은 경기동향팀장은 “1∼2월 물가 상승률이 안정됐지만 3월 상황이 급변해 비용 측면의 상방 압력이 커진 게 사실”이라면서도 “수요측 압력은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고, 정부의 유가 대책도 어느 정도 압력을 완충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물가와 성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 대상, 규모, 집행 시기 등이 나오지 않은 만큼 앞으로 결정되면 차후 감안해서 영향을 설명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한은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중동 분쟁, 미국 통상정책 변화, 주요국 통화·재정정책 전환, 반도체 경기 흐름 등이 얽히며 우리 경제의 물가·성장 경로에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의 조정 방향을 섣불리 예고하기보다는, 시장과 경제 주체의 기대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중립’ 기조를 유지한 채 향후 데이터를 지켜보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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