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의 탄소 배출 규제가 가시화되면서 기업들의 '탄소 성적표'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단순히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넘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어떻게 산출하고 증명하느냐가 수출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국가 탄소중립 정책을 주도하는 공공기관과 혁신적인 AI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힘을 합쳐 국내 탄소 관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다.
탄소 관리 플랫폼 기업 오후두시랩은 지난 11일 서울 당산동 한국환경공단 스마트워크센터에서 한국환경공단, 한국경영인증원, 에코시안과 함께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탄소배출량 관리 시스템 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협약의 골자는 공공과 민간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AI 기반 탄소배출량 통합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한국환경공단이 보유한 방대한 환경 데이터와 노하우가 민간 솔루션에 녹아든다는 점이다. 공단은 자사가 운영하는 폐기물 관리 시스템 '올바로(Allbaro)'를 비롯한 전문 데이터베이스를 개방하고 연계함으로써 탄소 산출의 정확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기술 개발의 중심축인 오후두시랩은 자사 플랫폼인 ‘그린플로(Greenflow)’를 기반으로 시스템 고도화를 주도한다. AI 학습 모델을 적용해 복잡한 탄소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분석하고 보고서까지 생성하는 과정을 자동화할 방침이다. 여기에 한국경영인증원(KMR)이 국제 표준(ISO) 부합성 검증을 맡고, 에코시안이 온실가스 산정 서비스의 전문 컨설팅을 더해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인다.
새롭게 개발될 플랫폼은 직접 배출(Scope 1)과 간접 배출(Scope 2)은 물론,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기타 간접 배출(Scope 3)까지 전 범위를 관리 대상으로 삼는다. 특히 공공기관들이 탄소배출량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오는 9월을 상용화 시점으로 잡아, 공공 분야의 모범 사례를 먼저 구축한 뒤 민간 시장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냉철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 한 20년 차 환경 전문 기자는 "공공 데이터의 개방은 고무적이지만, 산재한 데이터를 얼마나 유연하게 통합하고 실제 기업 현장에 최적화하느냐가 안착의 관건"이라며 "단순한 시스템 구축을 넘어 글로벌 규제 기관이 인정하는 공신력 있는 'K-탄소회계 표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협약 기관들은 이번 프로젝트가 공공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수준을 넘어, 국내 전체 탄소 데이터 인프라의 질적 성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은 해당 시스템을 선도적으로 도입해 자체 관리에 활용함으로써 예산 절감과 운영 효율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설수경 오후두시랩 대표는 “탄소중립 시대에는 설비만큼이나 정교한 데이터 관리 인프라가 기업의 핵심 생존 전략”이라며 “공공과 민간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AI 플랫폼을 완성해 국내 탄소 데이터 생태계가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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