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무게중심이 재무적 이익을 넘어 사업적 시너지를 중시하는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로 옮겨가고 있다. 그 중심에서 제조 전문 중견기업 KH바텍의 투자 전초기지인 KH벤처파트너스(KHVP)가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우주항공 등 이른바 ‘게임체인저’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발굴에 공격적으로 나서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KH벤처파트너스(대표이사 최영준)는 미래 핵심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전략적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고 12일 밝혔다. 단순히 자금을 수혈하는 단계에 머물지 않고, 모기업인 KH바텍의 제조 인프라를 활용해 기술 검증(PoC)과 사업 연계까지 책임지는 ‘밀착형 밸류업’ 전략이 핵심이다.
KHVP의 투자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첫 번째 축인 ‘KH 게임체인저 딥테크 투자조합’은 AI와 로보틱스, 우주항공 등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에 집중한다. 이미 위성·항공 관제 기술 1위 기업인 ‘솔탑’과 고정밀 기어 제조사 ‘이스턴기어’, AI 기반 슈즈 테크 기업 ‘크리스틴컴퍼니’ 등을 포트폴리오에 담으며 탄탄한 기술 중심 라인업을 구축했다.
두 번째 축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에 대응하는 ‘KH 그린테크 투자조합’이다. 모태펀드 출자를 통해 결성된 이 펀드는 최근 원전 유지보수용 원격 제어 로봇 기업 ‘엠유트론’에 투자하며 영역을 넓혔다. 노후 원전의 BMI 노즐 교체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기술은 향후 원전 관리 시장의 필수 요소로 꼽힌다.
업계가 KHVP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는 모기업과의 유기적인 결합에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로봇용 고정밀 감속기 기술을 보유한 ‘이스턴기어’다. KHVP는 투자 이후 KH바텍의 특화 기술인 금속분말 사출성형(MIM) 공법을 이스턴기어의 기어 제조 기술과 접목하는 업무협약(MOU)을 이끌어냈다. 스타트업은 양산화 기술을 얻고, 모기업은 로봇 부품 시장이라는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다.
현장 중심의 밸류업 전략은 수치로도 증명되고 있다. 솔탑은 독보적인 관제 기술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수성 중이며, 엠유트론은 최근 한전KPS로부터 장비 수주에 성공하며 상용화 단계를 밟고 있다. KHVP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10월 팁스(TIPS) 예비형 운영사로 선정된 데 이어, 향후 일반형 운영사 및 루키리그 진입을 목표로 체급을 키우고 있다.
벤처 투자 전문가들은 KHVP의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냉정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한 20년 차 벤처투자 전문가는 “제조 기반 CVC는 모기업의 사업 영역에 갇히기 쉬운 한계가 있다”며 “KHVP가 팁스 운영사 지위를 노리는 만큼, 모기업과의 시너지를 넘어 독자적인 딜 소싱(Deal Sourcing) 능력과 펀드 운용 전문성을 얼마나 더 증명해내느냐가 향후 메이저 VC로 도약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KH벤처파트너스 관계자는 “단순한 투자자를 넘어 기술과 산업을 잇는 가교가 되겠다”며 “인공지능부터 원전 원격 유지보수까지, 미래 산업의 판도를 바꿀 기술 기업과 함께 KH바텍의 새로운 성장 지도를 그려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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