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결핵안심벨트 사업 현장…"소외 환자들 공공의료가 치료"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69세 남성 A씨는 어지러움으로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았다가 폐결핵을 진단받아 입원했다. 2주 후 퇴원과 외래 치료가 결정됐지만, 식대 3만1천630원을 본인부담금으로 청구받자 "너무나 큰 금액"이라며 치료를 받지 못하겠다고 했다. 의료원은 A씨가 기초생활수급자로 고시원에 혼자 거주하며 정부의 생계 보조 사업 대상자인 것을 확인하고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11일 찾은 국립중앙의료원 음압 격리병동에는 2명의 결핵 환자가 입원해 있었다. 이들은 A씨 처럼 질병관리청이 국립중앙의료원에 위탁 운영하는 취약계층 결핵환자 지원(결핵안심벨트) 사업을 통해 발굴된 의료 취약계층으로서 치료비 지원을 받았다. 여기에 환자 건강 상태와 환경 등이 고려돼 간병인 지원도 받을 수 있었다.
의료원 관계자는 "지원이 없었다면 입원을 거부했을 것"이라며 "하루 4천320원꼴인 식대마저 부담돼 결핵을 안고 살아가기를 택한 환자들은 이 사업 현장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2014년부터 실시 중인 결핵안심벨트는 의료급여·차상위계층·건강보험 무자격자·건강보험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 등에 해당하는 결핵 환자들에게 치료비·간병인·영양 간식·타 병원으로의 이송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재 국립중앙의료원 등 20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각 기관에서는 취약계층 결핵(의심) 환자가 발견되면 위원회를 열어 환자의 건강 상태와 추천서, 취약계층 증빙서류 등을 확인한 후 지원을 결정한다.
당장 입원이 필요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이나 동반 질환이 있어 병원 이송이 쉽지 않은 환자를 신속하게 치료하기 위한 협의체도 운영한다. 결핵안심벨트 기관 20곳 외에도 3곳이 더 협의체에 참여중이며 이들은 자체 네트워크를 형성해 가장 적합한 곳에 결핵 환자를 배정한다.
지난해 결핵안심벨트 지원 실적은 치료비 206명, 간병인 276명, 영양간식 780명, 병원 이송 155명이다. 예산 규모는 16억5천만원이다.
이 같은 사업을 시행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의 결핵 위험성이 여전히 남아있고, 질병 특성상 취약계층 치료 사각지대가 크기 때문이다.
국내 결핵환자 수는 2024년 기준 1만8천명가량으로 10년 새 56.1% 줄었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 순위는 2위다.
2024년 결핵 환자 중 65세 이상 고령층 비율은 58.7%로 과반이었고 의료급여 수급권자 비율은 11.3%, 외국인 비율은 6.0%였다. 노인과 외국인의 비중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결핵은 경제적 수준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인구 10만명당 결핵환자는 132.4명으로 일반 건강보험 가입자(30.5명)의 4.3배에 달했다.
결핵안심벨트 사업에 출범부터 참여해온 서울시서북병원 서해숙 진료부장은 "우리 병원이 돌본 환자들은 같은 노숙인들도 '상종을 안 한다'고 하는, 사회에서 가장 힘든 분들"이라며 "쪽방·고시원·찜질방에서 혼자 살며 하루에 한끼 정도 무료 급식소에서 식사하고 알코올에 의존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결핵안심벨트를 떠받치고 있는 건 공공병원이다.
오랫동안 사업을 운영해온 조준성 국립중앙의료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결핵은 치료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나 노력 대비 병원에 이익이 되는 게 거의 없는 감염병"이라며 "시장경제적 관점으로 보면 민간병원이 꺼릴 수밖에 없기에 의료원이 나서 컨트롤타워가 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안심벨트 참여기관 20곳은 국립마산병원·국립목포병원과 각 지역 공공의료원 등 모두 공공의료기관이다. 다만 이들만으로는 결핵 환자를 모두 수용·치료할 수 없기에 관계자들은 예산과 참여 기관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질병청 추산에 따르면 의료급여 수급자 등 취약계층 결핵 환자 중 현재 결핵안심벨트로 지원받는 환자는 9.2%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외면받기 쉽지만, 공공의료가 꼭 해야 하는 사업인 만큼 추가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fa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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