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단일 플러그 앤 차이 체계' 구축…9월 추석 전 전국 시범 시행
'로밍 서비스' 결합돼 기후부가 정한 요금이 '전국 단일 요금' 될 듯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올해 추석에는 전기차에 충전기를 연결만 하면 충전을 위한 회원 인증부터 결제까지 자동으로 이뤄지는 '플러그 앤 차지'(PnC)가 전국에서 가능해질 전망이다.
현재 한 충전사업자의 회원이면 사실상 전국 모든 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는 '로밍' 서비스가 구축돼있는데 플러그 앤 차지 서비스까지 시행되면 정부가 정해놓은 충전요금이 전국 단일 가격, 최소한 '최고가격'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충전사업자 간 요금과 서비스 경쟁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2일 '국가 단일 플러그 앤 차지 체계'를 도입하겠다면서 올해 9월 추석 전 전국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플러그 앤 차지는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최초 한 차례 충전사업자 회원 인증을 하고 결제 수단을 등록해 두면 이후에는 전기차에 충전기를 연결만 하면 회원 인증부터 결제까지 충전에 필요한 모든 절차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서비스다.
현재 운영되는 로밍 서비스에 플러그 앤 차지 서비스가 더해지면 전기차 운전자는 사실상 모든 충전기를 회원 인증 등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한 충전사 회원으로 가입하면 협약에 참여한 모든 충전사 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로밍 서비스로 국내 충전사업자 대부분이 정부가 주도한 로밍 협약에 가입돼있다. 협약이 처음 체결된 2023년 협약에 참여한 86개사 충전기가 당시 운영 중인 전기차 충전기의 99.8%에 달했다.
로밍 서비스로 회원이 아닌 충전사업자 충전기로 충전할 때는 '로밍 요금'이 적용된다.
공공 충전기를 운영하는 기후부 회원으로서 다른 충전사업자 충전기를 이용할 때 로밍 요금은 급속충전의 경우 1kWh(킬로와트시)당 347.2원, 완속충전의 경우 1kWh당 324.4원이다.
충전사들이 상대 충전사가 어디냐에 따라 로밍 요금을 달리하기도 하지만, 기후부 회원에 대해서는 모두 기후부가 정한 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기후부가 정한 가격에 전국 모든 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을 보면 급속충전 요금이 확인되는 73개 충전사업자 가운데 20곳은 회원 요금이 기후부 회원 로밍 요금보다 비쌌다. 13곳은 회원 요금이 기후부 회원 로밍 요금과 같았다. 전기차 운전자 입장에선 이들 33개 충전사업자에 회원으로 가입하는 대신 기후부 회원으로 가입하는 것이 더 유리하거나 최소 불리함은 없는 것이다.
회원 충전 요금이 기후부 회원 로밍 요금보다 싼 경우도 번번이 회원 인증을 하지 않아도 되는 플러그 앤 차지의 편리함을 누를 만큼 '가격경쟁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충전사업자들이 회원에 적용하는 급속충전 요금 평균은 1kWh당 340.1원으로 기후부 회원 로밍 요금과 큰 차이 없다.
플러그 앤 차지 서비스가 보편화되면 기후부 회원 로밍 요금으로 요금이 통일될 여지가 크다.
회원가 평균이 1kWh당 285.3원인 완속충전도 요금이 상승해 기후부 회원 로밍 요금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재 업계에서는 충전 요금의 약 40%를 차지하는 전기요금, 재작년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후 의무화된 사고배상책임보험과 영업배상책임보험 보험료, 3년마다 받는 충전기 정기 점검 수수료, 콜센터 등 운영 인건비를 고려하면 지금도 시장에서 '상한선' 역할을 하는 기후부 회원 로밍 요금을 받아도 적자라는 호소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플러그 앤 차지 서비스가 시행, 싼 회원 요금을 적용받고자 여러 충전사업자의 회원으로 가입하는 운전자가 줄어들면 충전사업자로선 요금을 낮춰 회원을 유치하기보다 사실상 상한인 기후부 회원 로밍 요금을 받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로밍과 플러그 앤 차지 서비스로 충전요금이 기후부가 정한 요금으로 통일되면 충전사업자는 운영비를 줄이거나 시장 점유율을 높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이득을 낼 수 있게 된다. 충전 서비스가 부실해지거나 '리베이트'를 통한 불법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최근 충전사업자들이 공동주택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에 리베이트를 주고 설치한 지 얼마 안돼 내구연한(8년)이 한참 남은 충전기를 교체해 보조금을 탄 사례가 알려지면서 기후부가 2023년 이후 충전기 교체 사례에 대해 경위 등을 전수 조사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충전기 교체가 상위 충전사업자들이 회원에 적용하는 완속충전 요금을 작년 하반기 이후 200원대 후반에서 300원대 초중반으로 급격히 올린 이유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완속충전으로 전기차를 완충하는 데 4∼5시간이 걸리기에 충전요금이 싼 충전기를 찾아가기는 어렵고 집이나 회사 등 오래 머무는 곳에 설치된 충전기를 써야 한다. 한 건물에 여러 사업자 충전기가 설치돼있지 않는 한 소비자는 사업자가 정한 요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기후부는 최근 3년간 충전요금 변화도 조사 중으로 '충전요금 담합' 등이 확인되면 엄정히 조처할 방침이다. 또 공동주택·충전사업자 대상 '요금 가이드라인'도 만들 계획이다.
가이드라인까지 마련되면 기후부가 정한 요금 외에는 '부적정 가격' 취급을 받을 수 있다.
기후부는 "최근 완속충전 요금이 급격히 올라 전기차 운전자들에게 부담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충전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요금 수준과 전기차 충전요금이 내연기관차 연료비 대비 여전히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요금이 높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면서 "공론화를 통해 적정 수준 충전요금이 얼마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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