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회장이 글로벌 전력 시장을 직접 뛰며 확보한 네트워크가 실제 수주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효성중공업이 호주에서 대형 에너지저장장치(ESS) 프로젝트를 따내면서 단순 장비 공급을 넘어 글로벌 전력 인프라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효성중공업은 호주 에너지 기업 탕캄 BESS Pty Ltd.와 약 1,425억원 규모 ESS EPC(설계·조달·시공)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호주 퀸즐랜드주 탕캄 지역에 100MW·200MWh 규모 배터리 기반 에너지저장장치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2027년 말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한다.
이번 계약의 의미는 단순한 해외 수주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효성중공업이 호주에서 ESS 사업을 처음 확보했다는 점에서 향후 호주 에너지 인프라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호주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전력 생산의 82%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태양광과 풍력은 발전량 변동성이 큰 만큼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ESS 구축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ESS는 잉여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장치로 재생에너지 확대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특히 전력망 주파수 안정화와 전력 품질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효성중공업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자체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기반으로 배터리 제어부터 전력기기 운영까지 통합 관리하는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러한 기술력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2024년 에너지 시장 조사기관인 BloombergNEF(BNEF)가 선정하는 ESS 분야 Tier1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효성중공업은 최근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에서 잇따라 대형 계약을 따내며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에서는 약 7,870억원 규모의 전력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창사 이후 최대 규모 수주 기록을 세웠다. 핀란드에서도 약 290억원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 장기 공급 계약을 확보했다. 여기에 이번 호주 ESS 프로젝트까지 더해지면서 효성중공업의 글로벌 사업 확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성과 뒤에는 조현준 회장의 적극적인 '현장 경영'이 자리한다는 분석이다. 조 회장은 미국, 유럽, 호주 등 주요 전력 시장을 직접 방문하며 현지 정부와 에너지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다.
실제로 그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케빈 러드 주미 호주 대사와 만나 호주의 에너지 인프라 정책을 논의했고, 올해 초에는 호주 경제인연합회 대표단과도 협력 방안을 모색한 바 있다. 이러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수주 확대의 기반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효성중공업의 전략은 단순 장비 판매 기업을 넘어 전력망 전체를 제어하는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최근 호주는 약 200억 호주달러 규모의 'Rewiring the Nation'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국가 전력망 재정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지와 전력 소비 지역 사이 거리가 먼 호주의 지리적 특성상 장거리 송전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효성중공업은 이미 호주 송전 시장에서 초고압 변압기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남호주와 뉴사우스웨일즈를 연결하는 송전망 사업 '에너지커넥트(EnergyConnect)' 프로젝트에도 초고압 변압기를 공급하며 시장 기반을 넓혀왔다.
앞으로는 스태콤(STATCOM)과 HVDC(초고압직류송전) 기술을 중심으로 글로벌 전력 솔루션 사업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효성중공업은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인 1GVar급 스태콤 기술을 구현했으며, 전력 변환 핵심 기술인 MMC(Modular Multilevel Converter)를 적용한 전압형 HVDC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해 상용화했다.
조현준 회장은 "전력 산업의 경쟁력은 개별 장비가 아니라 전력망 전체를 통합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에서 결정된다"며 "초고압 전력기기와 ESS, HVDC 기술을 결합해 글로벌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전력 인프라 시장이 향후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현대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ESS, HVDC, 초고압 변압기 등 핵심 장비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효성중공업의 이번 호주 ESS 수주는 단순한 프로젝트 확보를 넘어 K-전력기기가 재생에너지 시대 핵심 인프라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글로벌 전력망 투자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효성중공업이 전력기기 제조 역량과 전력 솔루션 기술을 결합할 경우 향후 해외 시장에서 추가 수주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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