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삼성SDI가 초격차 배터리 기술로 인공지능(AI) 시대를 이끈다. 이차전지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던 전기차 산업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졌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AI가 주도하는 신규 어플리케이션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SDI는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 중인 ‘인터배터리 2026(InterBattery 2026)’에 참가해 AI 시대를 이끌 고품질 배터리 솔루션과 혁신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휴머노이드 로봇용 파우치형 전고체 배터리 샘플과 AI 데이터센터에 필수적인 배터리 인프라를 내세워 경쟁력을 과시했다.
삼성SDI의 올해 전시 주제는 ‘AI thinks, Battery enables’다. AI의 상상을 배터리가 현실로 이끈다는 의미다. 일상과 가까워진 AI는 배터리 산업 전반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증가로 ESS 시장을 열고, 피지컬 AI의 대표 격인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이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드론·도심항공모빌리티(UAM)도 AI가 주도하는 미래 시장 중 하나다.
삼성SDI는 축적한 기술력과 혁신 소재 기술을 종합해 AI 인프라의 핵심 파트너로 도약할 계획이다. 삼성SDI 주용락 연구소장은 “배터리는 전기차를 넘어 ESS, 로봇, UAM의 미래를 이끄는 핵심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며 “출력·용량·안전성 등 새롭게 요구되는 배터리의 성능을 충족할 최고의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피지컬 AI를 선도할 기술은 전고체 배터리다. 삼성SDI는 휴머노이드 모형과 함께 파우치형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이번 전시회에서 첫 공개했다. 로봇은 배터리 탑재 공간이 제한적이다. 크기가 작으면서도 에너지 밀도가 높고 사용시간이 긴 배터리 사양이 요구된다. 또한 로봇이 움직일 때마다 순간적으로 전력 피크가 발생해 출력 성능도 중요하다. UAM도 마찬가지다. 도심에서 수직 이착륙을 통해 사람과 화물을 배달하는 UAM은 가볍고 출력이 높은 배터리가 요구된다.
삼성SDI는 높은 안전성과 출력을 충족하는 전고체 배터리로 피지컬 AI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 연구소장은 “로봇용 배터리 시장이 아직 크지는 않지만, 안전하면서도 고용량 배터리가 요구되는 만큼 고부가가치 배터리가 사용될 여력이 있다”며 “파일럿 플랜트에서 올해 말 전고체 배터리의 검증을 마치고 내년 양산할 수 있도록 차분히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AI의 ‘생각’을 지원하는 전력 인프라도 성장의 핵심축이다. 삼성SDI는 전시 부스의 메인 공간을 데이터센터 내부를 그대로 옮긴 모습으로 꾸몄다. 산업 현장에서 배터리가 사용되는 모습을 현장감 있게 보여준다는 취지다. 중앙에는 데이터센터 안에 설치된 무정전 전원 장치(UPS) 모형이 자리 잡았다.
UPS는 정전 발생 시 즉각적으로 고출력 전력을 내보내 데이터센터의 시스템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보조 전원 장치다.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 폼팩터에 리튬망간산화물(LMO) 소재를 적용한 UPS용 배터리 ‘U8A1’을 내세웠다. 고에너지 밀도를 구현해 기존 제품 대비 공간 효율을 높여 적은 수의 배터리로도 필요한 전력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고, 전력 수요가 급증할 때 전력 품질을 안정화하는 기능도 탑재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UPS의 뒤편에서는 배터리 백업 시스템(BBU)용 고출력 배터리가 처음 공개됐다. 데이터센터 내 서버 안에 설치되는 BBU는 정전이 발생했을 때 전력을 빠르게 공급해 데이터가 소실되지 않도록 돕는다. UPS는 데이터센터 전체의 전력을 지키고, BBU는 개별 서버의 데이터를 보호한다. 삼성SDI 관계자는 “서버 내부는 한정된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어 작지만 출력이 강한 원통형 배터리가 필요하다”며 “고용량·고출력 원통형 배터리로 업계를 리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인프라는 삼성 배터리 박스(SBB)로 지원한다. 20피트(ft) 크기 컨테이너에 배터리와 안전장치, 공조설비 등을 일체화한 ESS 솔루션이다. 수만 개의 하이니켈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 셀이 가득 차 있고, 화재 시 모듈 내부에서 소화 약재를 직접 분사하는 ‘EDI’ 시스템이 적용됐다.
AI를 기반으로 화재를 예방하는 소프트웨어인 ‘삼성배터리인텔리전스(SBI)’도 최초 공개했다. 국내외 1400개 이상 ESS 사이트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학습한 AI로 배터리 상태·수명·이상 등을 진단하는 프로그램이다. 삼성SDI는 LFP 배터리와 SBI가 적용된 통합 배터리 솔루션 ‘SBB 2.0’을 올해 하반기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각형과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각각 ‘프리즘스택’과 ‘솔리드스택’으로 리브랜딩하며 AI 수요를 준비하고 있다. 주용락 연구소장은 “AI의 가능성에 삼성SDI의 배터리 솔루션으로 대응하고자 한다”며 “특화된 각형 배터리 기술, 앞서 나가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캐즘의 위기를 돌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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