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국회가 여야 합의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을 12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 이 법은 지난 9일 국회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특별위원회와 11일 법제사법위원회를 이미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대미투자특별법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정부가 미국과 체결한 한미 전략적 투자 업무협약(MOU)을 이행하기 위한 특별법적 장치다. 핵심 내용은 ‘한미전략투자공사’를 설립해 ‘한미전략투자기금’을 운용하는 것이다.
한미전략투자공사엔 한미전략투자기금이 설치된다. 기금 재원은 공사 출연금, 위탁기관 사전 동의를 얻은 위탁자산, 한미전략투자채권을 발행 등을 통해 조성된다.
이번 법안은 여야가 실무 단계에서부터 협조해 신속하게 처리된 점이 눈에 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립 정국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번 대미투자특별법만은 여야가 합심해서 이례적으로 빨리 처리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경제적 실익과 국익을 우선시했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앞으로 대미투자에 따른 리스크도 우려된다. SBS는 11일 정부가 대미투자특별법에 따라 ‘원전·전력망·에너지’ 3축과 희토류 관련 투자에 집중할 것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정부가 어떤 투자 항목을 설정하느냐에 따라 투자 이익과 손실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이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SBS 보도에 따르면 먼저 우리 정부는 미국에 한국 기업 단독 또는 한미 합작 형태로 미국 내 신규 원전 8기의 건설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다 미국 전역의 노후 전력망을 현대화하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전력망 사업에도 투자한다. 또한 텍사스 태양광 발전소 등 재생에너지 설비에도 투자하고 루이지애나주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프로젝트 등 에너지 인프라 사업도 대상이다.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희토류다. 정부는 미국 버지니아주 희토류 영구자석 공장에 지분 투자 또는 증설 투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한국은 희토류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그중 상당 부분을 중국(2024년 기준 74%)에서 들여온다.
이번 대미투자에서 미국 희토류 공장에 투자를 하면 수입선 다변화라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도 여전히 원료 채굴과 정제에서 중국 비중이 높다고 한다. 한국이 투자하는 공장이라고 해도 생산 물량이 미국과 타 국가 전체 수요를 대상으로 배분될 수 있어 한국으로의 물량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구조는 아닌 것으로 알려진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번 대미투자 항목에 희토류가 포함된다고 해서 당장 희토류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건 무리이지만 ‘중장기적으로 탈중국을 이룰 수 있는 한 축’ 정도로는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에 SBS가 보도한 투자 항목은 MOU에 적시된 ‘대미 전략산업 투자’ 2,000억 달러 가운데 에너지·자원·인프라 영역에 배분하는 구상에 기초한다. 조선 분야 1,500억 달러를 포함한 3,500억 달러 패키지의 일부인 것이다.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투자 항목에 대한 다양한 검토와 접근법이 제시될 것이다. 사실 한국으로서는 어떤 항목에 투자하더라도 리스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제조업이 예상보다 빠르게 침체 내지는 일부 업종의 폐업 국면으로 가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이 수천억달러를 투자한다고 해서 금세 투자 효과가 날지도 불투명하다. 특히 원전 8기의 신설같은 대형 인프라 건설 문제는 공사 지연, 비용 초과, 규제 강화에 따라 내부수익률이 급락할 위험이 있다는 업계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정책 행보도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레버리지로 활용하며 우리측 투자 항목 선정에 세세하게 관여하거나 그들 입맛에 맞는 투자 프로젝트에 집중하라는 식의 정책적 개입을 과다하게 할 경우 우리측 투자 리스트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국내 정치에도 리스크가 있다. 국민의힘의 한 전략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재명 정부 때 대미투자특별법이 만들어져 앞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그것에 기초해 계속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3,500억달러라는 규모 자체가 부담이 돼 재정지출과 대외채무 등에 영향을 줄 경우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우리 정부로서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만큼 앞으로 정치권과 긴밀하게 협력을 하는 게 중요하다. 여야가 모처럼 만장일치로 법안을 통과시키며 첫 단추를 잘 끼웠기 때문에 앞으로도 소통과 협치가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여야는 투자 리스크를 의식해 해외해외투자 영향평가서 제출, 국회 보고 의무 등 ‘안전장치’를 법에 넣었지만 실제로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국회와 소통하며 정치의 협력과 도움을 받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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