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 논란과 인재 유출로 몸살을 앓던 한국은행이 올해 직원 연봉 인상률을 3.5%로 확정했다. 시중은행 인상률을 3년 연속 웃도는 수준으로 15년 만에 가장 높다. 그동안 벌어졌던 민간 금융권과의 임금 격차를 일부 만회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노동조합은 전날 2026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총투표를 마치고 올해 직원 연봉 인상률을 3.5%로 최종 확정했다.
이는 2011년(4.1%)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2011년 인상률이 직전해인 2010년(-5.0%) 임금 삭감에 대한 보상 성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2005년(3.8%) 이후 21년 만에 가장 높다.
그동안 한은의 임금 인상률은 시중은행에 크게 못 미치며 실질 임금이 하락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21년 인상률은 0.7%에 그쳤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연달아 1.2%에 머물며 물가 상승률조차 따라잡지 못했다.
반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 같은 기간 한은의 두 배를 웃도는 인상률을 이어갔다. 그 결과 2021년에는 처음으로 시중은행 평균 연봉이 한은을 앞서는 연봉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다. 인력 유출도 가속화됐다. 한은 퇴직자 수는 2020년 132명에서 2021년 136명, 2022년에는 160명으로 크게 늘었다.
한은 노조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최근 5년간 시중은행과의 누적 임금 인상률 격차는 11.1%포인트에 달한다.
다만 최근 들어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한은의 인상률은 2024년 2.5%, 2025년 3.0%, 2026년 3.5%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시중은행 일반직 인상률(2.0%, 2.8%, 3.1%)을 3년 연속 웃돌았다. 장기간 벌어졌던 임금 격차를 일부 좁히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인상률 결정에는 올해 공무원 보수 인상률(3.5%)이 반영된 영향이 컸다. 한국은행 직원 급여는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지침을 참고해 책정되는데, 올해 인상률은 해당 지침 범위 내에서 사실상 최대 수준을 끌어낸 결과라는 설명이다.
업무 환경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한은은 이달 말부터 금융망인 'BOK-Wire+' 운영시간을 기존 오후 5시에서 오후 8시까지로 확대하고, 9월에는 원화결제시스템의 24시간 가동을 앞두고 있다. 결제 인프라 확대에 따라 실무진의 업무 강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건비 예산 증액 필요성이 제기됐다.
한은은 업무 확대를 근거로 재정경제부로부터 인건비 예산 증액을 승인받았으며, 늘어나는 시간외근무에 대응하기 위한 시간외수당 예산도 예년보다 크게 확보했다.
또 저연차 직원들의 인상률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오를 전망이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평균 인상률은 3.0%였지만 1~7년차 종합기획직렬(G5) 직원들은 5.6%의 인상률을 적용받았다.
강영대 한은 노조위원장은 "공공부문 급여 여건이 점차 개선되는 흐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민간 대비 임금 수준은 여전히 부족한 만큼 재정당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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