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 각국 영공 폐쇄로 한때 발 묶여…민항기·전세기로 비상 상황은 넘겨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민선희 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인해 중동에 체류하거나 잠시 방문 중이던 한국인들도 급거 피란길에 올라야 했다.
사방으로 오가는 미사일·드론 탓에 각국 영공이 폐쇄됐다가 민항기 운항이 재개되고 전세기가 운항하기 시작하면서 다수 국민이 꼼짝달싹 못 하는 최악의 상황은 넘긴 것으로 파악된다.
12일 외교부에 따르면 전쟁의 영향을 받는 중동 지역 14개국에 체류하던 한국인은 지난 3일 기준 2만1천여명에 달했다가 지난 9일 기준으로는 1만4천700여명으로 줄었다.
중동 지역 단기 체류자는 같은 시기 4천100여명에서 2천100여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중동 체류 국민이 크게 줄어들 수 있었던 것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항공편이 편성된 덕분으로 평가된다.
전쟁 초기에는 다수 국민이 체류 중인 UAE에서 가깝고 영공 사정이 그나마 나은 오만으로 육로를 통해 국민들을 이동시킨 다음 오만으로 전세기를 파견해 이들을 데려오는 방안이 검토됐다.
그러나 UAE에서 오만으로 향하려면 사막을 7시간 이상 가로질러야 하는 데다가 한국인뿐 아니라 세계 각국 체류자들이 오만으로 몰려드는 상황에서 오만 입국 수속이 상당히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는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UAE 측이 한국의 요청을 수용해 자국 항공사의 UAE발 인천행 직항 민항기와 전세기를 편성해주면서 숨통이 트였다.
한국인 372명을 태운 에미레이트항공 EK322편은 지난 6일, 이번 전쟁 개시 후 처음으로 중동에서 출발해 한국에 착륙한 직항 민항기로 기록됐다. 이후 UAE발 민항기와 전세기, 카타르발 민항기 등이 잇따라 인천에 안착하며 한국인들을 데려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는 중동에서 귀국했다가 다시 돌아가는 분들도 있다"며 "UAE발 민항편에는 빈 좌석도 있어서 꼭 귀국하고자 하는 분들은 대부분 들어오셨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장이 된 이란에서는 가장 급박한 탈출이 이뤄졌다.
개전 후 이틀이 지난 시점인 지난 2일 오전 5시 어둠을 틈타 한국인 24명이 주이란대사관이 마련한 버스를 타고 테헤란을 빠져나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공습이 막 시작됐을 때 대피하는 게 나은가, 아니면 빨리 끝날 수도 있으니 상황을 지켜보는 게 안전한가 등 여러 토의가 있었다"며 "초기에 빨리 대피시키는 게 조금 더 안전 확보에 도움이 되겠다는 결론이었다"고 전했다.
당시 버스가 테헤란을 벗어난 직후에도 테헤란 공습이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6월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교민들이 대피할 때 버스를 몰았던 '경력직' 기사가 다시 핸들을 잡은 이번 버스는 테헤란에서 투르크메니스탄 국경까지 안개가 짙고 노면이 얼어붙은 도로 1천300㎞를 달려 한국인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이스라엘에서도 3일과 10일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인 100여명이 육로를 통해 이집트로 피신했다.
정부는 현지 교민들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탈출 계획도 수립하고 추진 중이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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