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중동 정세 악화에 대비해 석유 전략 비축 확대에 나섰다. 에너지 공급 불확실성이 커지자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비축량을 늘려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공상시보는 11일 중국 정부가 현재 약 4개월 수준인 석유 비축량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국가 프로젝트급 전략 비축 기지를 확충하는 동시에 신규 저장 시설 건설도 시작했다.
이 같은 정책은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공개된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에 포함됐다. 다만 구체적인 비축 목표량은 공개되지 않았다.
유럽 에너지 조사기관 케플러에 따르면 중국의 석유 비축량은 올해 1월 기준 12억 배럴 이상으로 약 4개월간의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국내 석유 소비의 약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전체 에너지 자급률은 약 80% 수준으로 평가되지만 국제 정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공급 위험에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5개년 계획에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 핵심 에너지 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비축과 생산을 동시에 확대한다는 방침이 담겼다.
중국 정부는 석유 생산 목표를 연간 2억 톤으로 설정했다. 이는 하루 약 400만 배럴 수준이다. 중국의 석유 생산은 2025년 2억1600만 톤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생산 수준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중국은 2030년까지 석유 소비가 정점에 도달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최근 중동 지역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면서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면서 중동산 원유 수급에 대한 불안이 확대됐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는 중국 해상 원유 수입의 절반을 차지한다.
또한 미국의 제재 압박으로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중국이 에너지 공급원을 다변화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전략 석유 비축이 단기적인 공급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는 중국의 전략 비축 석유가 약 14억 배럴 규모로 추정되며 중동 원유 공급이 전면 중단되더라도 약 6개월 동안 공급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은 지난 20년 동안 에너지 위기에 대비해 전략 석유 비축 시설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실제로 중국은 2025년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 통계에 따르면 중동에서 수입한 원유는 하루 약 490만 배럴로 전체 원유 수입의 42%를 차지했다. 국가별 비중은 사우디아라비아 14%, 이라크 11%, 아랍에미리트 7%, 오만 6%, 쿠웨이트 3%, 카타르 1% 순이다.
공식 통계에서는 2022년 이후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케플러의 유조선 추적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 하루 약 38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수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중국 전체 원유 수입의 약 12%에 해당한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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