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진영 기자 = 급속한 고령화로 '실버 산업'이 보험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11일 보험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생명, KB라이프, 신한라이프 등 대형 보험사들이 앞다투어 요양 시장에 진출하며 고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책임지겠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촘촘한 규제 탓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기 투자만 수백억"… 토지 직접 소유 의무가 '진입 장벽'
현재 보험사들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는 것은 '토지·건물 직접 소유 의무'다. 현행법상 노인요양시설을 설치하려면 사업자가 해당 부지와 건물을 직접 소유해야 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100인 규모의 요양시설을 세우려면 토지 매입비와 건축비를 포함해 최소 500억~600억 원의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특히 자녀들이 방문하기 좋은 서울 및 수도권 요지에 시설을 마련하는 것은 천문학적인 땅값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토로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도 현재의 이용료 구조로는 수익성을 맞추기 어렵다"며 "입소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선에서 임차를 허용하는 등 유연한 제도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급여 서비스 제한도 숙제… "일본·독일처럼 다양화해야"
수익 구조 다변화를 가로막는 비급여 서비스의 제한된 범위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요양시설은 식사 재료비나 상급 침실 이용료 등 극히 일부 항목만 비급여로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프리미엄 식단이나 맞춤형 재활 프로그램 등 고령층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한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도 비용을 청구할 길이 막막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이나 독일처럼 일상생활비와 특별서비스비를 구분해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공공요양시설을 확충해 기본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민간 시장에서는 규제를 완화해 품질 경쟁을 유도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대형 자본의 진출로 인한 '돌봄 서비스의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시장 진입 문턱은 낮추되, 서비스의 공공성과 품질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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