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수영, 겨울엔 스키 타는 '철인'…벌써 동계 대회 역대 최다 메달 신기록
(테세로=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가파른 설원 오르막을 오직 양팔의 폴에 의지해 치고 올라가야 하는 크로스컨트리 10㎞ 코스를 '은빛 질주'로 마친 '19세 철인 소녀' 김윤지(BDH파라스)의 표정에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결승선을 통과한 그는 숨 가쁜 기색도 없이 바로 카메라를 찾더니, 환한 미소와 함께 '볼 하트' 포즈를 지어 보였다.
김윤지는 "경기를 보고 있는 지인과 친구들에게 볼 하트를 해주기로 약속했다"며 "그래서 우선 카메라부터 찾았다"고 영락없는 10대 소녀처럼 웃어 보였다.
밝고 사랑스러운 성격 덕에 해외 선수들 사이에서도 '스마일리(Smiley)'라는 별칭으로 통하지만, 설원 위 기량만큼은 독보적이다.
김윤지는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테세로 크로스컨트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 여자 10㎞ 인터벌 스타트에서 26분51초6의 기록으로 '전설' 옥사나 마스터스(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수확한 김윤지의 이번 대회 세 번째 메달이다.
이로써 김윤지는 '평창 영웅' 신의현(금1·동1)을 넘어 한국 동계 패럴림픽 단일 대회 역대 최다 메달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김윤지는 "시즌 시작 전에는 3등 한 번 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시즌을 거치며 많이 성장해 생각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어 기쁘다"며 "특히 첫 패럴림픽에서 많은 메달을 따게 되어 너무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김윤지는 지난 8일 바이애슬론 여자 개인 12.5㎞에서 한국 여자 선수 최초의 동계 패럴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10일 크로스컨트리 스프린트에서 은메달을 추가하며 기세를 올렸다.
김윤지는 이날도 다시 한번 시상대에 오르며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선천적 이분척추증 척수수막류를 안고 태어난 2006년생 김윤지는 여름에는 수영, 겨울에는 노르딕스키 선수로 활약하는 보기 드문 '철인'이다.
패럴림픽에서만 통산 22개(금 12·은 7·동 3)의 메달을 딴 '살아있는 전설' 마스터스가 버티는 노르딕스키 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해 한국의 존재감을 각인하고 있다.
김윤지는 이날 경기 초반부터 마스터스를 제치고 선두를 달리며 기세를 올렸으나, 중반 이후 추격을 허용했다.
5.0㎞ 지점에서 마스터스에게 0.7초 차 역전을 허용한 김윤지는 마지막 한 바퀴를 남기고 넘어지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김윤지는 곧바로 일어나 주행을 재개하는 투혼을 발휘했고, 끝내 값진 은메달을 사수했다.
김윤지는 "비가 와서 눈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방향을 꺾는 구간에서 힘이 풀려서 넘어졌다"며 "저는 평소 훈련할 때도 많이 넘어지는데, 그만큼 빨리 일어나는 편이다. 경기가 끝나지 않았으니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오늘은 마스터스 선수에 비해 페이스 조절이 미흡했고 마음이 급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마스터스와 마찬가지로 이번 대회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를 넘나들며 전방위 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윤지는 13일 바이애슬론 스프린트 추적에서 다시 한번 '전설'을 넘어서기 위한 도전에 나선다.
이미 대회 '3관왕'을 달성한 마스터스지만, 김윤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김윤지는 "여자 좌식 선수 중 가장 어린 만큼 제가 마스터스 선수보다 회복력에는 자신 있다"며 "다른 선수들은 연이은 경기로 힘들겠지만, 제가 끝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번 대회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를 넘나들며 활약 중인 김윤지는 오는 13일 바이애슬론 스프린트 추적에서 추가 메달 사냥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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