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공공시설에 설치된 공공 생리대 자판기 상당수가 비어 있거나 운영 방식이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공공 생리대 정책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최근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생리대를 무상 제공하는 '공공생리대 드림'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기존 정책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원 대상을 전면 확대하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무상 제공 확대가 정책 취지와 달리 관리 부실과 남용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르데스크가 서울 시내 공공시설에 설치된 공공 생리대 자판기 운영 실태를 확인한 결과 일부 시설에서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지만 상당수 자판기는 비어 있거나 운영 방식이 제각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시설에서는 자판기가 비어 있어 안내데스크를 통해 별도로 생리대를 받아야 했고 자판기 작동 여부나 이용 방법에 대한 안내도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용객 입장에서는 실제로 이용 가능한지 여부조차 알기 어려운 상황도 확인됐다.
공공 생리대 자판기는 지난 2018년 서울시가 공공시설 화장실에 비상용 생리대를 비치하기 위해 도입한 정책이다. 레버를 돌리면 생리대가 나오는 무료 자판기 방식과 안내데스크에서 코인을 받아 사용하는 코인형 자판기 등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자판기가 비어 있거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또한 모든 공공시설에 자판기가 설치된 것은 아니어서 필요할 때 이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시청 앞 서울도서관의 경우 공공 생리대 사업 도입 초기부터 자판기가 설치된 곳임에도 모든 화장실에 비치돼 있지는 않았다. 사업 시행을 알리는 안내문은 설치돼 있었지만 실제 자판기는 2층 안내데스크 옆 화장실에만 설치돼 있어 이용객 상당수는 공공 생리대가 비치돼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정책 도입 취지와 달리 이용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직장인 이소은 씨(34·여)는 "생리대는 다른 위생용품과 달리 갑자기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자판기가 비어 있는 경우도 있고 코인을 받아야 사용할 수 있는 곳도 있어 실제로 이용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설치만 돼 있고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존 공공 생리대 정책의 관리 부실 문제가 지적되는 가운데 정부는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생리대를 무상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성평등가족부는 7월부터 12월까지 생리대가 필요한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생리대를 무상 제공하는 가칭 '공공생리대 드림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지원 대상을 취약계층에 한정했던 기존 정책에서 모든 여성으로 확대하고 기존 바우처 방식이 아닌 공공시설에 생리대를 직접 비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성평등가족부는 10개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주민센터, 보건소, 도서관, 복지관 등 공공시설에 공공 생리대를 비치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다만 기존 취약계층 여성청소년 지원 사업은 유지된다. 해당 사업은 9~24세 취약계층 여성청소년에게 생리용품을 구입할 수 있는 월 1만4000원 상당의 바우처 포인트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성평등가족부는 저소득층이 아니더라도 생리용품 가격 부담을 느끼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고 판단해 지원 대상을 확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기존 정책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원 대상을 전면 확대할 경우 정책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무상 제공이 확대될 경우 필요 이상으로 가져가는 남용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직장인 부혜지 씨(30·여)는 "공공기관 화장실에 생리대 자판기가 설치돼 있지만 실제로 채워져 있는 모습을 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며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데 왜 설치했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생리대 사업이 지금처럼 운영된다면 차라리 취약계층 여성들에게 더 많은 지원이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품 선택 문제도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경은 씨(29·여)는 "생리대는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이라 브랜드나 제품 종류, 사이즈 등을 정해 놓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람에 따라 탐폰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공공시설에 비치된 제품을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운영 방식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여성들에게 필수적인 물품인 만큼 취약계층 지원 정책 자체는 필요하다"면서도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동일하게 제공할 경우 정책 효율성과 재정 부담 측면에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 정책은 관리·운영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때 효과를 낼 수 있다"며 "현재와 같은 관리 수준에서 지원 대상을 전면 확대하면 정책 취지와 달리 예산 부담만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취약계층 중심 지원을 강화하면서 운영 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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