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공항의 승객들. 연합뉴스 제공
[한라일보] "중동지역을 완전히 벗어나기 전까지 불안해서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어디서 미사일이 날아와 비행기가 회항하지는 않을지 계속 걱정됐어요."
최근 정부 지원으로 마련된 긴급 항공편(도하~인천)을 통해 귀국한 박 모씨는 카타르 도하에서 보낸 지난 며칠을 이렇게 떠올렸다.
박 씨는 약 3년 전 직장을 구해 제주에서 카타르로 건너가 현지에서 근무해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 사태로 긴장이 고조되면서 카타르 영공이 폐쇄되자 일상은 순식간에 긴장 속으로 바뀌었다.
휴대전화로 수시로 울리는 재난문자와 하늘에서 들리는 '펑' 소리는 불안을 더욱 키웠다. 박 씨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언론을 검색했고 도하에 미사일이 날아들었다고 할 때마다 무서워 잠을 제대로 이루질 못했다"며 "밖에 나가는 것조차 무서웠다"고 말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박 씨는 언제든 귀국할 수 있도록 비상 짐을 미리 챙겨두고 생활하기도 했다. 일부 현지 교민들 사이에서는 인근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육로 이동해 다른 국가에서 항공편을 이용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하지만 육로 이동에만 7시간 이상이 걸리고 차량을 개인적으로 알아봐야 하는 데다 사기 피해 우려까지 생각하니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박 씨는 "사우디 역시 안전하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 고민이 많았다"며 "결국 영공이 열린 국가로 이동해야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생각에 여러 방법을 계속 고민했다"고 말했다.
제주에 있는 가족들도 상황을 지켜보며 마음을 졸이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현지 상황은 어떤지, 언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를 통화 때마다 물었다"며 "혹시라도 영공이 열리면 바로 비행기를 탈 수 있도록 가족들이 계속 항공권을 예매했다가 취소하는 일을 반복했다"고 했다.
외교부로부터 긴급 항공편 탑승 관련 연락을 받은 뒤에도 긴장은 이어졌다. 공항으로 출발하기 약 1시간 전에도 현지에서 또 긴장 상황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사히 도착한 공항 역시 귀국을 서두르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현장 구매 창구에는 긴 줄이 이어졌고 공항 곳곳에는 초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박씨는 "비행기에 올라탄 뒤에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며 "중동 영공을 벗어날 때까지 손이 떨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에 와서 가족들 얼굴을 보니 그제야 안도감이 밀려왔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중동지역 정세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동 체류 제주도민 공식 집계 통계는 없는 상황이다. 도에 따르면 중동지역에는 제주 출신 도민 네트워크나 별도의 한인회 조직이 없어 체류 도민 현황 파악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 관계자는 "중동 지역의 경우 제주 출신 도민을 별도로 관리하거나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며 "현재로서는 외교부 동향을 확인하거나 현지 지인 네트워크를 통해 상황을 전해 듣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 차원에서 직접 대응할 수 있는 사항은 제한적이며, 현지 체류 국민 보호와 귀국 지원은 외교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라일보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Copyright ⓒ 한라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