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에서 최근 발생한 '엔화 반값 환전' 사고가 단순한 전산 오류를 넘어 내부통제 체계 전반에 대한 논란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최고경영자인 이은미 대표가 오히려 내부통제위원회에서 빠진 사실이 드러나 비판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사 내부통제 강화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대표이사가 내부통제 핵심 의사결정 구조에서 물러난 것은 책임 경영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재임 기간 중 횡령 사건에 이어 환전 오류까지 발생하면서 내부통제 의지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토스뱅크는 지난 10일 오후 7시29분부터 약 7분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일본 엔화 환율이 실제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표시되는 오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당시 실제 환율은 100엔당 약 930원대였지만 앱에는 약 472원대 환율이 표시됐다. 정상 가격 대비 절반 수준의 환율이 노출되면서 일부 이용자들이 이를 이용해 엔화를 대량 매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토스뱅크는 사고 발생 직후 환전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고 시스템을 복구했으며 이후 해당 시간대 체결된 거래를 취소하고 판매된 엔화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정정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환전에 사용된 원화는 고객 계좌로 환불하고 이미 외화통장에서 인출되거나 사용된 엔화는 다시 출금하는 방식으로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에서는 거래 규모에 따라 토스뱅크가 부담해야 할 잠재 손실이 약 100억원 안팎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금감원은 토스뱅크를 상대로 현장 점검에 착수해 환율 오표기의 발생 경위와 거래 규모, 소비자 피해 가능성, 내부통제 체계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비정상적인 환율이 표시된 상황에서도 일정 시간 거래가 체결된 점에 대해 실시간 가격 검증 장치나 거래 차단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번 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토스뱅크에서는 지난해 재무조직 팀장급 직원이 약 28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하며 내부통제 체계의 허점이 한 차례 드러난 바 있다. 해당 직원은 두 차례에 걸쳐 자금을 빼돌렸으며 두 번째 범행 이후에야 내부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적발됐다. 최초 횡령 이후 약 2주 동안 금융사 측이 사고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은미 대표가 내부통제위원회 위원 자리에서 물러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내부통제위원회 위원 구성이 변경되면서 기존 사내이사였던 이 대표 대신 사외이사 정윤모 위원이 위원으로 선임됐다. 내부통제위원회는 금융사 내부통제 체계의 기본 방향과 운영 정책을 논의하는 핵심 기구다. 금융권에서는 내부통제 중요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기존 내부통제 위원으로 활동하던 이 대표가 횡령 사고 직후 위원회에서 빠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금융당국이 최근 금융권 전반에 내부통제 강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변화는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회사에 내부통제 체계 정비와 최고경영자의 책임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주요 금융사들도 이에 맞춰 내부통제위원회 운영을 강화하거나 CEO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정비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번 환전 오류 사고는 이은미 대표의 연임을 결정짓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발생했다는 점에서도 금융권의 관심을 끌고 있다. 토스뱅크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대표 후보로 이 대표를 추천한 상태이며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 승인을 거치면 연임이 확정될 전망이다.
반면 토스뱅크는 내부통제 핵심 기구에서 대표이사가 빠지는 구조를 선택하면서 내부통제 강화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사에서 내부통제는 결국 최고경영자의 책임 문제와 직결된다"며 "내부통제 강화 요구가 커지는 시점에 대표가 관련 의사결정 구조에서 빠지는 것은 책임 경영과 거리가 있어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사는 기술 중심 조직이기 때문에 오히려 전통 금융사보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더 정교해야 한다"며 "횡령 사건 이후에도 환전 오류 같은 사고가 이어진 상황에서 내부통제위원회에서 대표가 빠졌다는 사실은 내부통제 의지에 대한 의문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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