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연간 최대 1만5000건 예상…인력·남용 방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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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소원’ 연간 최대 1만5000건 예상…인력·남용 방지 과제

투데이신문 2026-03-11 15:59: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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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북촌로에 위치한 헌법재판소.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종로구 북촌로에 위치한 헌법재판소.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오는 12일 시행될 예정인 ‘재판소원’ 을 앞두고 내부 운영 체계 정비에 착수했다. 헌재는 재판소원 도입으로 연간 접수 사건이 약 1만건 수준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사건 처리 부담 증가에 대비한 인력 확충과 제도 남용 방지 장치 마련에 대응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재판소원 도입 이후의 후속 절차가 명확히 정비되지 않은 데 이어 헌재에 의해 취소된 재판이 법률심과 사실심을 오가며 반복 심리되는 이른바 ‘재판 뺑뺑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법무부에 따르면 확정된 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것이 골자인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비롯한 사법개혁 3법이 오는 12일 공포된다.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법안이 통과한 지 일주일 만이다. 

일부 법조계와 학계 등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법개혁 3법이 시행하게 되면서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오는 12~13일 충북 제천에서 진행되는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 재판소원 관련한 후속 조치와 법왜곡죄에 따른 형사법관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법원과 다르게 재판소원 도입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낸 바 있는 헌재는 전날 준비 상황을 공개했지만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헌재는 전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재판소원 전자접수시스템을 오는 12일부터 운영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3일 재판관 회의를 열고 논의한 결과, 사건부호를 ‘헌마’로 부여하고 사건명은 ‘재판취소’로 하기로 결정했다.

재판소원은 법원의 확정판결로부터 30일 안에 청구해야 한다. 법 시행일을 기준으로 30일 전에 확정된 판결도 대상이 될 수 있다. 대상에는 1·2·3심 모두 포함되지만 헌재는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을 다룰 계획이다. 재판소원 사건의 피청구인은 법원이 될 전망이다. 다만 사건 대응을 법원 내부에서 어떤 주체가 담당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헌재는 매년 재판소원으로 약 1만~1만5000건이 접수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상당수가 사전심사에서 각하될 것이라는 게 헌재의 설명이다. 

재판 지연 우려에 대해서 헌재 측은 “헌재는 법원이 한 법률 적용, 사실관계를 들여다보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헌법적 중요성이 있거나 권한을 판단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도록 재판소원 제도를 운용해 지체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우려를 고려해 현재 헌재는 재판소원 사건 전담 파견 심사부를 법조 경력 15년 이상의 헌재 연구관 8명으로 꾸린 상태다. 사무처에서는 10여명 규모의 행정준비단을 발족해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손인혁 사무처장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별관 브리핑룸에서 진ㄹ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헌법재판소 손인혁 사무처장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별관 브리핑룸에서 진ㄹ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다만 재판소원을 통해 ‘재판 취소’ 결정이 내려진 이후의 절차 역시 구체적으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재판소원 결정에 따라 재판이 다시 진행되더라도 청구인이 결과에 불복해 재차 재판소원을 제기할 경우 사건이 반복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상 남용을 제어할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재판기록 송부 방식 역시 정해지지 않았다. 법원행정처와의 협의를 통해 정리될 사안이라는 게 헌재의 입장이다.

수만 페이지에 이르는 법원 소송 서류를 헌재로 어떻게 이관할지 묻는 질문에 헌재 지성수 사무차장은 “재판 소원은 4심이 아니고 새롭게 시작되는 헌법심이기 때문에 모든 기록이 사용되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기록 분량이 클 경우, 헌재는 USB 혹은 웹하드 등을 사용하겠다고도 했다.

헌재 결정으로 취소된 사건을 어느 법원이 다시 심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은 마련되지 않았다. 헌재 손인혁 처장은 “재판을 다시 해야 할 법원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답변드리기 어렵다”며 “법원 내부의 사무 분담에 맡겨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헌재는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실히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시행 전부터 재판소원을 제기하겠다는 사람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헌재에 접수된 사건이 재판 취소를 요구하는 332건을 포함해 총 3092건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3~5배 수준 증가하는 규모로 사건 폭증에 따른 업무 부담과 다른 사건 심리 지연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속 나오고 있다. 

지 차장은 “늘어나는 재판소원 사건의 적시 처리를 위해서는 헌법연구관과 심판사무 인력을 확충하는 게 중요하다”며 “인력 증원과 예비비 확보를 위해 예산당국과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재판소원 도입으로 초기 사건이 크게 몰릴 가능성이 있지만 일정한 여과 장치를 통해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의 유승익 소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초기에는 사건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헌재 내부에 사건을 선별할 수 있는 절차나 전담 부서를 두는 방식으로 일정 부분 걸러내는 장치를 마련했고 이를 점차 강화해 나간다면 제도 운영은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재판소원이 실제로 운영되기 시작하면 법률 해석과 집행 과정에서 필요한 후속 조치들이 정비되고 관련 판례도 점차 축적될 것”이라며 “초기에는 사건 증가에 따른 부담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인력 보강 등 제도적 지원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국회의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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