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는 가운데 국내 온라인 공간에서는 전쟁 관련 조작된 인공지능(AI) 생성 영상과 가짜뉴스, 악성 댓글이 빠르게 확산되며 혼란을 키우고 있다. 전쟁 상황을 자극적으로 묘사한 영상이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면서 이용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투데이신문 취재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상에는 중동 전황을 보여준다는 영상과 이미지들이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일부 콘텐츠는 AI로 생성된 영상이거나 과거 다른 지역에서 촬영된 장면을 편집해 현재 상황처럼 꾸민 사례로 확인되고 있다. 실제 뉴스 화면과 유사하게 앵커 영상과 자막을 합성해 만든 콘텐츠도 등장하면서 이용자들이 진위 여부를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SNS에서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을 담은 AI 생성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현재까지 하메네이의 시신은 공식적으로 공개된 바 없다. 그러나 온라인에 퍼진 이미지에는 하메네이와 닮은 시신이 콘크리트 잔해 아래 깔려 있고 그 주변을 구조대원들이 둘러싸고 있는 장면이 담겨 있다. 시신의 약지에는 하메네이가 평소 착용하던 반지와 유사한 반지도 표현돼 있다.
해당 이미지는 AI 이미지 식별 프로그램인 구글 신스ID(SynthID) 분석 결과 AI로 생성된 이미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겉보기에는 실제 사진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육안으로도 비현실적인 요소를 찾을 수 있다. 건물이 완전히 붕괴된 상황임에도 시신의 얼굴과 손에는 상처가 거의 없고 주변 구조대원들의 조끼와 헬멧 색상이 제각각인 점 등이 그것이다.
이와 함께 특정 국가를 비난하거나 음모론을 주장하는 댓글이 반복적으로 게시되는 등 악성 댓글과 편향된 여론 형성 시도도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게시물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나 과장된 전쟁 상황이 확산되며 온라인 공간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특히 SNS 내 일부 극우 성향 계정을 중심으로 전쟁과 관련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빠르게 확산하는 양상이다. 일부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서는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사망 이후 그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권력을 승계했으나 11시간 만에 미국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공유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거짓 정보를 유포한 해당 게시물에는 “미국의 정보력은 어마어마하다. 미국은 다 알고 있다”거나 “이란 국민이 자유를 얻고 세습 체제를 끊는 데 미국이 도움을 주고 있다”는 식의 주장들이 이어졌다. 댓글에는 “저녁 뉴스에서 차남이 권력을 이어받는다고 본 것 같은데 벌써 죽었다니 처리가 빠르다”는 반응도 달렸다.
또 다른 게시물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초등학교가 폭격당해 어린이 175여명이 사망했다는 사건을 두고 “이란 혁명수비대의 오폭으로 발생한 사건”이라는 주장이 퍼지기도 했다.
게시물 작성자가 “이란 정권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결과 혁명수비대가 실수로 한 초등학교를 폭격해 어린이 다수가 사망했다”고 주장하자 댓글에는 “이란 정권이 국제적인 동정심을 얻기 위해 벌인 자작극일 수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자국민도 가차 없이 희생시킨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상당수 댓글은 이란 정부가 미국의 공격을 뒤집어씌우기 위해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대응에 나섰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등 관계기관은 가짜뉴스와 유해정보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신속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관련 기관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중동 상황과 관련해 외국발 허위조작정보가 국내로 유입돼 국민에게 혼란을 유발하고 국익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밝히며 AI 딥페이크 이미지와 영상 등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도 미국·이스라엘·이란 등 중동 사태 관련 국가들의 주한대사관과 관저, 관련 시설들에 대한 경비를 강화했다. 또한 사이버수사 인력을 투입해 2개 팀을 중심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확산되는 가짜뉴스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다만 이란 거주민과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 대응이 모니터링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하는 의견도 나온다. SNS를 통한 허위·왜곡 정보 확산 문제와 전쟁 관련 보도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점검과 책임성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이버불링과 환경을 주제로 영상물을 제작해 온 재한 이란인 코메일 소헤일리 영화감독과 그의 배우자인 김주영 감독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코메일 감독이 전쟁과 관련해 목소리를 낼 때마다, 그를 실제로 알지도 못하고 작품도 보지 않은 사람들이 정부 편이냐, 살인자 편이냐며 몰아세우는 악성 댓글과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상에서는 전쟁의 원인과 맥락을 따지기보다 ‘기름값이 오른 것도, 주식이 폭락한 것도 다 이란 때문’이라며 이란을 빨리 쓸어버리라는 식의 과격한 댓글이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가짜뉴스와 여론조작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동 분쟁에서는 각국이 여론전과 정보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이를 위해 상당한 자원과 자본이 투입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 과정에서 전쟁의 실제 상황이나 민간인 피해보다 특정 국가의 시각이 상대적으로 더 강조되는 보도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한국은 전쟁의 참상을 모를 수 없는 나라인데도 너무 짧은 시간 안에 그 기억을 잊고 전쟁을 경제적 손실이나 진영 대결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듯해 안타깝다”며 “한국전쟁 당시 이란 역시 한국에 물자를 지원했던 나라 중 하나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지금처럼 이란 전체를 단순한 적대 대상으로만 보는 시선은 더욱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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