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든 건 한국, 포장지는 중국?···경계 무너지는 K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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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 건 한국, 포장지는 중국?···경계 무너지는 K뷰티

이뉴스투데이 2026-03-11 15:11: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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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생성형 AI 챗GPT, 그래픽=한민하 기자]
[이미지=생성형 AI 챗GPT, 그래픽=한민하 기자]

[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한 우리 화장품 제조기업들의 우수 기술력과 높은 제조 수준을 이용한 중국 뷰티업계의 새로운 공략법이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글로벌 뷰티시장에서 초월적 지위에 올라선 우리 ODM(제조업자 설계 생산) 기업들의 이름값을 빌린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 등 기존 C뷰티의 ‘가성비’ 이미지를 지우고 제품의 우수성을 전면에 내세운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K뷰티 근간을 지탱하는 ‘프리미엄’ 정체성과 시장의 경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플라워노즈 등 일부 중국 뷰티 브랜드가 최근 무신사, 신세계 계열의 시코르 등 국내 플랫폼 입점을 확대하며 국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식몰보다 플랫폼에 물량을 집중 배정하고 할인 판매까지 감수하면서 수익성보다 판매 순위와 노출 확보에 무게를 두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전략이 국내 판매 확대보다는 한국 유통 이력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주요 플랫폼 입점 이력이 해외 소비자에게 ‘한국 시장에서 검증된 브랜드’라는 신뢰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C뷰티 브랜드 중 일부가 자사 제품에 국내 ODM 기업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나며 ‘K뷰티’의 이미지를 덧씌우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의 핵심은 중국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서 직접적인 수익을 내기보다 한국을 경유한 글로벌 확장 명분을 쌓는 데 더 큰 목적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일부 브랜드는 플랫폼 수수료와 할인 비용까지 감안하면 국내 판매에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임에도 주요 플랫폼 입점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국 시장 안착 자체보다 ‘한국 플랫폼 입점 브랜드’라는 이력을 확보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플라워노즈 ‘스위티베어’ 컬렉션 제품 이미지. [사진=플라워노즈 공식몰]
플라워노즈 ‘스위티베어’ 컬렉션 제품 이미지. [사진=플라워노즈 공식몰]

국내 ODM 생산 활용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한국 제조 인프라는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높은 신뢰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중국 브랜드 입장에서는 품질 안정성과 생산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동시에 해외 시장에서는 ‘한국 생산’ 또는 ‘한국 기술 적용’이라는 표현을 통해 K뷰티 이미지를 차용할 수 있다. 브랜드의 기획과 콘셉트, 지식재산권(IP)은 중국에 두면서 제조 기반만 한국을 활용하는 구조가 가능해진 셈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K뷰티의 기준이 모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K뷰티는 한국 브랜드의 기획력과 제조 기술, 유통 경쟁력 등이 결합해 형성된 산업적 성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브랜드 국적과 무관하게 한국 생산이나 한국 유통 이력만으로도 ‘K뷰티 스타일’ 또는 ‘한국 기술 기반’이라는 식의 마케팅이 가능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C뷰티가 곧바로 K뷰티 시장을 대체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브랜드가 한국 ODM 생산을 활용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를 전면적으로 ‘K뷰티’로 내세워 마케팅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현재로서는 특정 취향을 가진 소비자층에서 소비되는 경우가 많아 시장 전체를 위협할 정도의 흐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에서도 C뷰티를 K뷰티와는 다른 카테고리의 브랜드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데 방점을 둔다. 중저가 색조 제품과 트렌디한 패키지를 앞세운 C뷰티 유입이 확대될 경우 K뷰티 브랜드와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리브영 중심의 기존 유통 구조에 더해 무신사 같은 패션 플랫폼까지 제3의 뷰티 유통 채널로 부상하면서 C뷰티의 진입 경로는 더욱 다양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플랫폼이  해외 브랜드의 ‘K뷰티 인증 통로’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유통 판도 변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ODM 업계에도 기회와 부담이 동시에 작용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중국 브랜드 수주 확대라는 매출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 제조 인프라가 외국 브랜드의 글로벌 브랜딩 도구로 활용되면서 K뷰티 브랜드의 고유 정체성과 프리미엄이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한국 제조 생태계가 성장하는 동시에 K뷰티라는 이름의 독점성은 약해지는 역설적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의 배경으로 K뷰티 제조 기술에 대한 글로벌 신뢰를 지목한다. 

김주덕 서울사이버대학교 뷰티산업학과 석좌교수는 “한국 ODM 기업을 활용하면 제품 품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기술’ 이미지를 덧씌우는 마케팅이 가능해진다”며 “특히 색조 화장품의 경우 한국 기업의 제조 역량이 높은 편이라 중국 브랜드 입장에서도 이를 활용하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색조 화장품은 색상 구현이나 패키지 디자인 등에서 경쟁력이 있지만 기초 화장품의 경우 품질이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이 때문에 한국 제조 기반을 활용해 제품 신뢰도를 보완하려는 전략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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