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은 러시아, 남쪽은 중동···전쟁에 좁아진 ‘하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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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은 러시아, 남쪽은 중동···전쟁에 좁아진 ‘하늘길’

이뉴스투데이 2026-03-11 15:01: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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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항공사들이 러시아 공역에 이어 중동 공역까지 피해 운항하거나 노선을 조정하고 있어 비행시간과 연료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항공사들이 러시아 공역에 이어 중동 공역까지 피해 운항하거나 노선을 조정하고 있어 비행시간과 연료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쪽 항로가 막힌 가운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중동 공역을 지나는 남쪽 항로까지 불안해지면서 글로벌 항공운송 시장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11일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항공사들이 러시아 공역에 이어 중동 공역까지 피해 운항하거나 노선을 조정하고 있어 비행시간과 연료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항공운송 시장이 두 전쟁이 만든 ‘항로 병목’ 속에서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상업 항공편은 하루 약 9만편 규모로 운항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장거리 노선이다. 특히 중동 지역은 유럽·아시아·아프리카를 잇는 항공 교차점 역할을 하는 만큼 공역 불안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항공 운항에도 연쇄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 전쟁 확산…중동 공역 불안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 간 군사 충돌이 격화되면서 중동 공역의 불안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사일과 드론 공격 가능성이 커지면서 일부 중동 국가들은 영공을 일시적으로 폐쇄하거나 항공기 운항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이로 인해 항공사들은 이란과 이라크 상공을 피해 운항하거나 노선을 조정하고 있다. 기존에 중동 상공을 통과하던 항공편 상당수는 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터키 방향으로 크게 우회하는 항로를 이용하고 있다.

항공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 데이터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확인된다. 최근 중동 긴장이 고조된 이후 이란과 이라크 상공의 항공 교통량은 평소 대비 크게 감소했으며, 일부 장거리 항공편은 홍해나 지중해 방향으로 크게 돌아가는 항로를 택하고 있다.

중동의 주요 항공 허브에도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두바이 국제공항은 연간 약 8600만명의 국제 여객을 처리하는 세계 최대 국제선 허브 가운데 하나이며, 카타르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 역시 연간 40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환승 거점이다.

이들 허브가 동시에 영향을 받으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장거리 항공로 전반에 파급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항공업계도 중동 공역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장거리 항공로의 병목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 이어 중동까지…항로 병목 심화

글로벌 항공로 변화는 이미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시작됐다. 러시아가 서방 항공사의 자국 영공 통과를 금지하면서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장거리 항공편 상당수가 북극이나 중앙아시아 방향으로 우회 운항하게 됐다.

유럽 항공관제기구 유로컨트롤(Eurocontrol)에 따르면 러-우 전쟁 이후 일부 유럽-아시아 노선의 비행시간은 1~4시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니크 연구에서도 이러한 우회 운항으로 일부 항공편의 연료 소비가 약 10~15%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미 러시아 공역 봉쇄로 북쪽 항로가 제한된 상황에서 중동 공역까지 불안해지면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주요 항공로가 동시에 압박을 받는 상황이 됐다. 국제교통포럼(ITF)은 러-우 전쟁 이후 유럽-아시아 항공로가 재편되면서 특정 항로에 항공 교통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 상승까지 겹친 항공사 부담

연료비 부담은 두 전쟁이 만들어낸 또 다른 압박 요인이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번 이란 전쟁 국면에서 국제 유가는 단기간 약 20% 상승했으며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배럴당 110달러를 웃도는 수준까지 올라 2022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항공유 가격도 빠르게 상승했다. 싱가포르 제트연료 현물 가격도 배럴당 200달러 안팎까지 치솟으며 항공사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원유 가격 상승보다 항공유 가격 상승 폭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바스 메논 아시아태평양항공사협회(AAPA) 사무총장은 최근 “원유 가격이 20% 상승하면 제트연료 가격은 그보다 더 크게 오를 수 있고 공역 폐쇄로 인한 비행시간 증가까지 겹치면 항공사 운영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특히 항공유는 항공사 운영비의 약 20~25%를 차지하는 핵심 비용 항목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공역 폐쇄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항공사 운영 비용 증가와 항공권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결국 러-우 전쟁이 북쪽 항로를 바꿨다면, 이란 전쟁은 중동 공역까지 흔들며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장거리 항공로 전반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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