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5천t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의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재차 참관했다. 앞서 지난 4일에 이어 일주일 만에 다시 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한 것은 최근 미국의 이란 공습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또한, 지난 9일부터 시작된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대응 성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아울러 이란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후계자로 그의 차남인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선출한 것에 대한 존중 입장을 밝히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메시지를 내며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관계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12일부터 평양-베이징 여객 열차 운행을 재개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6년 만에 국제 여객열차 운행 재개에 나서면서 한때 '서먹'했던 양국이 인적·물적 교류 활성화에 속도를 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한미연합훈련 대응
조선중앙통신은 11일 최현호의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가 전날 진행됐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화상으로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상황실로 추정되는 공간에 앉아 미사일 발사장면을 비추는 화면을 바라보며 전화로 상황을 보고받는 듯한 모습의 사진을 여러 장 공개했다.
이날 딸 주애도 가죽점퍼 차림으로 김 위원장 바로 옆에서 같은 화면을 지켜봤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리일환·김재룡 비서는 뒤에 서서 함께 참관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일에도 최현호의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당시엔 주애를 대동하지 않았다.
중앙통신은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이 서해상 비행궤도를 따라 1만116∼1만138초(2시간48분36초∼2시간48분58초)를 비행한 뒤 섬의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통신이 공개한 사진에는 최현호에서 미사일 여러 발이 연속 발사되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전문가들은 미사일의 사거리를 2천∼2천500㎞로 추정하고 있다. 이 정도 사거리면 주일미군기지도 타격권이다. 한미 군 당국은 지난 9일부터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방어적 성격의 연합훈련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시험발사와 관련해 "국가전략무기통합지휘체계의 믿음성과 함의 통합전투체계 우월성이 확증된데 대하여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고 중앙통신은 전했다.
이어 "우리의 전쟁억제력의 구성요소들은 지금 계속 효과적으로, 가속적으로 매우 정교한 작전운용체계에 망라되고 있으며 국가 핵무력은 다각적인 운용단계로 이행하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전략전술적 타격 수단들을 실용화, 실전화하는 데서 중요한 성과들이 이룩됐다"며 "검증된 능력에 기초한 확신과 자신심은 국가방위를 위한 군사활동에서 주도권을 틀어쥘 수 있게 한다"고 덧붙였다.
"모즈타바 선출, 인민의 권리와 선택 존중…이스라엘 침략행위 규탄"
북한은 이란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후계자로 그의 차남인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선출한 것에 대한 존중 입장을 밝혔다.
외무성 대변인은 10일 기자 문답형식을 통해 "이란 전문가이사회가 새 이슬람교혁명지도자를 선출하였다고 공식 발표한 것과 관련하여 우리는 자기의 최고지도자를 선출할 이란 인민의 권리와 선택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란의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헌법기구인 88인 전문가회의는 지난 8일(현지시간) 사망한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를 차기 최고지도자로 선출했다.
대변인은 "우리는 이란에 대한 불법적인 군사적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안전 근간을 허물고 국제적 판도에서의 불안정을 증대시키고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략행위에 엄중한 우려를 표시하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나라의 정치제도와 영토완정을 침해하고 내정에 간섭하며 체제전복기도를 공공연히 제창하고 있는 모든 형태의 수사적 위협과 군사적 행동은 그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으며 전세계의 규탄과 배격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 1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벌인 데 대해 "불법무도한 침략행위이며 가장 추악한 형태의 주권침해"라고 비난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지는 않았다.
6년만에 평양-베이징 여객열차 재개…北中관계 개선흐름 가속
북한과 중국이 6년 만에 국제 여객열차 운행 재개에 나서면서 한때 '서먹'했던 양국이 인적·물적 교류 활성화에 속도를 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중국 국가철도그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평양-베이징 국제열차가 오는 12일부터 왕복 운행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평양과 베이징을 잇는 '중조(중북) 국제연운 여객열차'는 1954년부터 운영된 북중 우호의 상징이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한국전쟁 당시 중국군 병력·물자를 수송한 베이징-선양 간 열차가 전신으로, 1954년 정식 개통 후 평양-단둥(중국 접경)-베이징을 연결하는 노선이 됐다.
평양-단둥-베이징 왕복 국제열차는 원래 매주 4편씩 운영됐는데, 사업과 관광 등 목적으로 북중을 오가는 승객이 늘면서 2013년 '매일 운행'으로 증편됐다. 2013년 이 열차에 탄 사람은 하루 평균 252명이었다.
북한이 국제 사회 제재를 피해 외화 및 고가물품을 반입·반출하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북중 간 인적·물적 교류의 핵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북중 국제열차는 2020년 북한이 코로나19 대유행 영향으로 국경을 봉쇄하고 인적 왕래와 철도·도로를 이용한 교역을 전면 중단하면서 멈춰섰다.
북한은 2022년 9월 1월 신의주-단둥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했고, 이듬해부터는 버스·항공기를 통한 인적 왕래를 차츰 다시 시작했다.
여객열차는 2023년 8월 카자흐스탄 세계태권도대회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이 평양 복귀 때 활용하면서 운행 재개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올해까지 정식으로 복원되지는 않았다.
오는 12일 북중 여객열차가 출발한다면 6년 만의 운행 재개가 된다.
중국국가철도그룹에 따르면, 평양과 베이징을 오가는 국제열차는 오는 12일부터 왕복운행을 시작한다. 매주 월·수·목·토요일 주 4회 운행될 예정이며,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한 차례 정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외교관이나 공무 수행 인원 수송이 주된 목적이지만, 향후 일반 승객을 대상으로 좌석 판매가 확대될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열차 운행 재개가 북중 간 경제적·인적 교류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7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등 대형 관광 인프라를 개장한 북한은 경제난을 타개하려 대북 제재를 받지 않는 관광 산업 육성에 공들여왔다.
열차 운행의 재개 시점이 미국의 이란 공격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되는 포인트다. 국제 정세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전통 우방으로서 북중 사이에도 공조 필요성이 커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로 예정된 방중을 계기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다시 마주하려 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북한이 중국과 접점을 넓히며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대내외에 과시함으로써 전략적 카드를 확보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美전문가 "美가 김정은에 실질적 양보해야 북미대화 가능성"
미국이 북한에 양보를 해야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미국의 전문가 전망이 나왔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9일 웨스틴조선 서울호텔에서 열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2026 제1차 피스포럼' 발표 원고를 통해 "미국이 김정은에게 실질적 의미를 지닌 양보나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는 한, 단기간에 대화 재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과의 대화 조건으로 핵보유국 인정 등을 내걸고 있는데, 미국이 여기에 성의를 보여야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 석좌는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SS)과 국방전략(NDS)에 '북한 비핵화'가 명시적으로 제시되지 않은 데 주목하며 "외교적 공간을 확대하고 북한에 유연성 신호를 보내기 위한 의도적 조정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봤다.
다만 미국은 북한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어 발표자로 나선 자오밍하오 중국 푸단대학교 미국연구센터 교수 겸 부소장은 북핵 문제의 정치적 해결과 긴장 완화를 위해 한중이 북미 대화 재가동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오 교수는 "(북미) 양측은 평화선언과 제재 완화를 대가로 한 핵 동결 같은 단계적·상호적 합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재 완화가 북한에 중요한 인센티브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최근 미국의 이란 공격이 북한의 전략적 계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오 교수는 중국의 시각에서 볼 때 미국은 핵 문제와 관련해 '전략적 인내'에서 '전략적 무관심'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수 중국 분석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사실상 비핵화 목표를 포기했다고 평가한다"고 전했다.
일본 발표자인 미무라 미쓰히로 니가타현립대학 교수도 북한 비핵화가 명시되지 않은 NSS·NDS를 언급하며 "미국이 더는 북한 비핵화를 정책 목표로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을 가능성은 일본과 한국에 매우 난해한 전략 환경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발표에 앞서 축사에 나선 김남중 통일부 차관은 3월 말에서 4월 초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에 대해 "한반도 정세의 대전환이 이뤄질 수 있는 관건적 시기"라며 "북미 대화가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주변국과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대화가 한반도 긴장 완화 남북관계 복원 선순환으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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