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노동 시장의 인력을 대거 대체할 것이라는 시장의 막연한 우려와 달리, 실질적인 지표는 상반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AI 데이터 클라우드 선도 기업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가 시장조사기관 옴디아(Omdia)와 손잡고 발표한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의 ROI’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도입한 기업 10곳 중 7곳 이상에서 고용이 확대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10개국의 비즈니스 의사결정권자 2,0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분석 결과 해당 기업 중 77%가 AI 도입 이후 채용 규모를 늘렸다고 답했다. 직무 감소를 경험한 조직이 46% 수준임을 고려할 때, AI가 기존 일자리를 없애기보다 조직 구조를 재편하며 새로운 인력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상세 데이터를 보면 AI 도입 성숙도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하다. 여러 활용 사례를 확보한 성숙한 조직일수록 75%가 고용 측면에서 순긍정 효과를 누린 반면, 초기 단계 기업은 56% 수준에 그쳤다.
직군별로는 고용의 질적 변화가 감지된다. IT 운영(56%), 사이버보안(46%), 소프트웨어 개발(38%) 분야에서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고객 서비스 및 지원 부문과 일반 데이터 분석 직무는 자동화의 영향으로 인력 감축 압박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는 모양새다. 단순히 인력을 줄이는 차원이 아니라, 자동화로 확보된 여력을 새로운 역량 강화에 투입하는 조직 재편 과정으로 풀이된다.
투자 대비 수익률(ROI) 측면에서는 희망적인 지표가 도출됐다. 기업들은 AI 투자 1달러당 평균 1.49달러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응답했다. 초기 도입 조직의 92%가 이미 긍정적인 성과를 기록 중이며, 기업들은 향후 1년간 전체 기술 예산의 약 22%를 AI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실험 단계를 넘어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 창출 도구로 AI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응답 기업의 96%는 AI 기술을 전사적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병목 현상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문제의 핵심은 기술력 자체보다 ‘데이터 환경’에 있었다. 응답자의 80%가 데이터 관련 문제를 장애 요인으로 지목했으며, 특히 데이터 사일로(부서 간 데이터 격리) 해소와 품질 모니터링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실제로 비정형 데이터가 AI에 즉시 활용 가능한 상태라고 답한 조직은 전 세계적으로 7%에 불과했다.
거버넌스 부재에 따른 리스크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임원의 66%, 일반 직원의 57%가 회사의 승인을 받지 않은 AI 도구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위 '그림자 AI(Shadow AI)' 현상이 심화되면서 데이터 보안과 인프라 모니터링에 대한 추가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는 이미 전체 코드의 48%가 AI에 의해 작성되고 있다. AI 코딩 도구를 도입한 조직의 80% 이상이 버그 탐지 및 품질 개선 효과를 보고하고 있지만, 신뢰할 수 있는 엔터프라이즈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데이터 주권 침해 등의 위험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아나히타 타프비지 스노우플레이크 최고 데이터 및 애널리틱스 책임자는 "미래의 업무 환경은 AI 도입에 대한 의지와 신뢰 가능한 인프라를 갖춘 기업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데이터 준비도와 거버넌스 강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애덤 드마시아 옴디아 수석 리서치 디렉터 역시 "AI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지만, 실험 단계에서 전사적 혁신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강력한 데이터 기반이 필수"라고 제언했다.
결국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 도입을 고민하는 국내 스타트업과 기업들에게 이번 보고서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기술 그 자체에 매몰되기보다, 조직 내부에 흩어진 데이터를 어떻게 통합하고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데이터 기초 체력’ 확보가 수익 실현의 성패를 가를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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