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의 포성이 멈추지 않으면서 국제 유가의 불길이 국내 시민들의 일상과 생계 현장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단순히 '물가가 올랐다'는 체감을 넘어,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 원정을 떠나거나 아예 차 키를 내려놓는 등 고유가 시대에 적응하려는 민초들의 절박한 생존 전략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100원이라도 싸다면… '좌표' 찍힌 저가 주유소는 장사진
지난 10일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충북과 서울 등 전국 주요 지역의 기름값은 이란 공습 직전인 지난달 말 대비 두 자릿수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파른 상승세 속에 지역별 주유소 간 가격 격차는 휘발유 기준 리터당 400원 이상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른바 '저가 주유소'로 입소문이 난 곳은 온종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실제로 지난 서울 구로구 등지의 저렴한 주유소 앞에는 100~150m에 달하는 차량 대기 줄이 늘어섰고, 주유를 위해 1시간 가까이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일할수록 손해" 생계형 운송업자들의 비명
유가 상승에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이들은 화물차와 배달 라이더 등 생계형 운송업자들이다. 이들에게 유류비 증가는 단순한 비용 상승이 아니라 실질 소득의 급감으로 이어진다. 1t 화물차 기준 월 유류비 부담이 약 17만 원 늘어날 때 순소득은 약 10% 줄어들며, 25t 대형 화물차의 경우 소득 감소 폭이 20%를 웃도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장에서 만난 기사들은 "기름값에 보험료, 수수료까지 떼고 나면 사실상 마이너스거나 최저시급도 안 남는다"며 절박함을 호소했다.
일부 택배 기사들은 유가 변동에 영향이 없는 전기 화물차로의 교체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실제로 전국 전기 화물차 누적 대수는 최근 3년 새 두 배 넘게 증가하며 고유가 시대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중교통 회귀와 '정률 할인' 카드의 재발견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는 '차량 봉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0분 거리의 출퇴근길을 도보로 전환하거나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는 방식이다. 주유가 불가피한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카드사의 '주유 특화 카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국면에서는 리터당 일정 금액을 깎아주는 '정액형'보다 결제 금액의 일정 비율을 할인해주는 '정률형' 카드의 혜택이 더 크다고 조언한다. 이에 발맞춰 카드업계도 특정 정유사 제휴 할인이나 캐시백 이벤트를 강화하며 고유가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가 최고가격제 도입과 정유사 모니터링 등 유가 안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 등 공급 충격이 회복되기까지는 최소 6~7주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당분간 '기름값과의 전쟁'은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민생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폴리뉴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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